유서 발견 "억울하다"...경찰선 "조작한 것"
  • 가정 불화 끝에 아내를 토막 살해한 경찰 간부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을 시도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특히 경찰 조사 이후 두 번째 자살 기도인데다 유서까지 발견돼 경찰이 이미 자살 시도 개연성이 높은 용의자 감시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2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과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광주 모 지구대 김모(57) 경위가 이날 오후 4시 27분께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김 경위는 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를 삼켜 호흡 곤란과 함께 의식을 잃었으며 출동한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김 경위의 상태는 뇌기능이 정지된 상태이며 심장도 불안정하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이날 형사계에서 조사를 받은 뒤 휴식을 위해 유치장에 입감돼 수갑을 푼 상태에서 화장실에 들어가 자살을 시도했다.

    당시 유치장 근무자는 김 경위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확인했으나 자살 기도는 막지 못했다.

    경찰서 수사과장실, 상황실에 유치장 감시용 CC(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지만, 화장실까지는 그 범위가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경위는 전날 오후 11시 40분께에도 경찰서 화장실에서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어 입감 당시 수사관들이 유치장 근무자에게 주의를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김 경위의 차 안에서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돼 이미 체포 전부터 자살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데도 경찰이 범행 후 극도의 심리불안에 빠져 있을 김 경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뇌사까지 이르게 한 데 대한 책임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경위가 쓴 메모에는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집 인근) 산에 뿌려달라"는 자살을 암시한 내용과 함께 전처와 사이에 둔 2명의 아들에게 전하는 말과 자신의 빚에 대한 언급이 담겨 있다.

    한편 이날 사건 해결에 결정적 증거인 김씨의 아내 백모(43)씨 사체가 발견되면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했던 경찰은 김 경위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사실상 더 이상 수사진행이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과장실과 상황실에 CC TV가 설치돼 유치장을 감시할 수 있지만, 화장실에는 설치되지 않아 자살 시도를 막기 어려웠다"며 "이미 혐의가 대부분 입증된 만큼 수사는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경위는 지난 16일 새벽 1시40분께 광주 서구 금호동 주택가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가정불화로 다투던 중 새벽 2시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토막 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유서까지 조작해 범행 은폐 시도"
    아내를 토막살해한 경찰 간부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면서까지 범행을 은폐하려 해 그 치밀함에 경악케 하고 있다.

    2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19일 오후 김모(57) 경위의 차량 안에서 김 경위가 컴퓨터로 출력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발견했다.

    김 경위는 A4 용지 2장 분량의 글에서 "아내가 싸우고 집을 나가서 마음이 아픈데 동료에게까지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러 괴롭다"며 "아내가 끝내 들어오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김 경위가 사전에 유서를 써놓고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유서를 미리 준비해 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체 유기 혐의를 벗기 위해 유기 장소까지 거짓말하는 것도 모자라 유서까지 미리 만들어 범행을 은폐한 치밀함에 놀랍다"고 말했다.

    경찰은 19일 오후 3시께 김 경위를 실종 사건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으며 김 경위와 딸의 진술이 다른 점, 차량과 집 안에서 발견된 핏자국 등을 토대로 추궁 끝에 범행을 모두 자백받았다.

    김 경위는 유서에서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집 인근) 산에 뿌려달라"며 자살을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전처와 사이에 둔 2명의 아들에게 "내가 죽으면 딸(9)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으며 자신의 빚에 대해서도 일부 언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유서내용 등으로 미뤄 김 경위가 지난 16일 새벽 아내를 살해하고 나서 토막 낸 시신을 유기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마음먹었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경위는 20일 오후 4시 27분께 서부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집어삼켜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경위는 긴급체포된 19일 밤에도 같은 방법으로 자해를 시도한 바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