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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희 말대로 정기철은 죽었다.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온 정기철은 오연희가 30분이나 걸려서 욕실을 나왔을 때 냉장고 앞에다 깔아놓은 이불 위에서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그리고는 아침 6시 정각에 깨어났다. 그때는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뒤치락거리던 오연희가 늦잠이 들어 정신없이 자고 있을 때였다. 오연희가 잠에서 깨었을 때는 8시쯤 되었다.
눈을 뜬 오연희는 방이 빈 것을 보고는 놀라 두리번거렸다.
정기철이 사라진 것이다. 할수없이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더니 곧 정기철이 응답했다.
「응, 이제 깨었어?」
「어디야?」
저절로 화난 목소리가 나왔으므로 오연희는 또 당황했다. 화를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나, 시내 구경하고 있어. 지금 여관에서 5분 거리야.」
「빨리 와.」
「씻고 기다려.」
했다가 정기철이 큭큭 웃었다.
「세수 말야.」오연희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남자하고 여관 들어가 본 적이 열 번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산뜻한 아침을 맞은 경우는 지금이 처음이다.
정기철이 시킨대로 세수하고 이 닦고 얼굴에 크림까지 발랐을 대 문이 열리면서 정기철이 들어왔다. 정기철이 열쇠를 갖고 나간 것이다.
「자기야. 선물 사왔어.」
정기철이 쇼핑 봉투를 내밀면서 말했다.정색하고 말하는 바람에 오연희가 눈을 흘기면서 봉투를 받는다.
「까불지 마.」그러더니 봉투 안에서 꺼낸 물건을 들고는 눈을 치켜떴다. 얼굴이 금방 붉어지면서 일그러졌다. 오연희가 손에 든 것은 여자용 팬티다. 비닐백에 포장된 노란색 팬티에 분홍 하트가 가득 프린트 되어있다.
「이게 머야?」
「응. 아무래도 팬티는 갈아 입어야 될 것 같아서 마트에서 샀어.」
「나, 못살아.」
「세개 오천원이야. 싸. 싸이즈는 프리라 어떤 궁뎅이도 다 들어간대.」
「미쳐.」
하고는 팬티 뭉치를 정기철에게 던진 것이 얼굴에 철썩 맞으면서 흩어졌다.정기철이 팬티 하나를 집어 들더니 머리에다 썼다. 그러자 머리에 꽃이 피어난 것처럼 분홍색 하트 천지가 되었다.
「벗어!」
이제는 오연희가 두 손을 벌리면서 덤벼들었다.오연희의 두 팔을 잡은 정기철이 다음 순간 허리를 한쪽 팔로 감아 안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오연희는 정기철의 가슴에 빈틈없이 안겼다.
놀란 오연희가 머리를 들고 정기철을 보았다. 오연희의 시선을 받은 정기철도 잠자코 본다. 그렇게 3초쯤이 지났다.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필름의 스톱 버튼을 누른 것 같기도 했다.
그때 정기철이 물었다.
「죽으까?」그때 오연희가 두 팔로 정기철의 목을 감아 안으면서 말했다. 어느덧 얼굴이 붉어져 있다.
「키스만.」
「몇단계까지?」
「까불지 마.」그러면서 오연희가 입술을 내밀었으므로 정기철은 머리를 숙였다. 오연희가 입을 별려 정기철의 입술을 맞는다. 방 안은 금방 가쁜 숨소리로 덮여졌다.
그때 오연희가 헐덕이며 말했다.
「지금은 키스만 해. 알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