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지원 주장은 나라 자존심 던져버리는 일“달라지도 않는데 먼저 주겠다고 안달은 뭐냐?”맞은 사람이 때린 이에게 손 내미는 것은 ‘항복’
  • “국가 원수가 호국영령들의 혼백이 숨 쉬는 전쟁기념관에서 눈물을 흘리며 천안함 격침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지 석 달도 채 안 지났다. 그런데  김정일이 급해서 쌀 좀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아닌데 이편에서 먼저 쌀을 제발 받아달라고 할 판이 됐으니 이건 도대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정치권이며 정부 일각에서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자고 나선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격과 자존심을 송두리째 던져버리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탈북자 주성하씨는 최근 일부의 대북 쌀 지원 주장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http://www.journalog.net/nambukstory)를 통해 통렬하게 반박했다.

  • ▲ 5대 종단이 참여한 종교인 모임이 지난달 27일 천암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말가루 500톤을 전달했다ⓒSBS 캡처
    ▲ 5대 종단이 참여한 종교인 모임이 지난달 27일 천암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말가루 500톤을 전달했다ⓒSBS 캡처

    주씨는 “민주당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북에 쌀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참 웃기는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을 내세운다면 정권 초기부터 주장할 것이지 이제 와서 갑자기 구국의 결단이라도 하는 듯이 쌀을 지원하자니 할 말이 없다”며 “지금은 북한의 만행에 분노했던 우리 국민들의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때”라고 상기시켰다.

    주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꼭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한 것이 3개월도 지나지 않았다”라며 “국가원수가 복수를 맹세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그 원칙을 깨고 쌀을 싸들고 올라간다면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냐”고 물었다.
    이어 “김정일이 급해서 쌀 좀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아닌데 이편에서 먼저 쌀을 제발 받아달라고 할 판이 됐으니 이건 도대체 무슨 해괴한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라에는 국격이 있고 자존심이 있는 법입니다.
    그는 또 “햇볕정책의 가장 잘못한 점은 바로 자존심을 내팽개친 것이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금 자존심을 내팽개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건 햇볕정책 때보다도 훨씬 더한 굴종”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아무리 북한이 중국에 가붙더라도 얻어맞은 뒤에 어설프게 쌀을 주겠다고 나서면 정말 추한 모습만 보일 뿐”이라며 “북한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대적인 식량지원을 하면 북에서 굶어죽는 사람은 적어지고 북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쌀을 주느라 구겨질 한국의 자존심은 어찌하겠느냐”고 개탄했다. 어떻게 얻어터지고도 “너 이거 좀 먹어”하고 달라지도 않았는데 갖다 바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주씨는 이어 “지금은 노동당 대표자회니 뭐니 하면서 김정일에게 우상화 선전 재료가 몹시 필요할 때”라고 설명하고 “그런 저들에게 ‘김정은 동지가 남쪽 괴뢰군함을 침몰시키니 적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쌀을 갖다 바치려 오고 있다’는 좋은 우상화 소재를 제공하지 못해 안달이 났느냐?”고 비판했다. 북한이 “당대표자대회를 하고 우리가 일심단결을 보여주니 적들이 벌써 머리를 숙이고 들어온다”고 선전재료를 주는 격이라는 것이다.

    주씨는 또 종교단체들이 밀가루 300톤을 북에 보낸 것에 대해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50만 톤 이상의 대규모 지원을 한다면 모를까, 고작 몇 백 톤, 몇 천 톤은 굶주린 하이에나 같이 변한 북한 간부들의 배를 불려줄 뿐”이라며 “종교 지도자 여럿이 모여 불쌍한 북한 동포를 구해달라는 돈은 북한 노동당 간부 구제미일 뿐”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얻어맞은 사람이 때린 사람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항복을 뜻한다”며 “머잖아 진정 북한 동포들을 위해 쌀을 지원할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