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 개각 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간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경남도지사 시절 국정감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나도 날카롭게 질의를 하는 편인데 답변하는 거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일찍 질문을 끝낸 적도 있다"고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가 혹독할 테지만 김 전 후보자도 밀리지 않을 것이란 뉘앙스였다.

    하지만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 봤던 청와대의 이런 전망과 달리 김 전 총리 후보자는 황당하게 '거짓말'로 낙마했다. 하루 만에 들통 날 거짓말을 했고, "2007년 하반기 전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일면식도 없다"던 그의 주장도 2006년 2월 박 전 회장과 나란히 서 찍은 사진 한 장이 공개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 전 총리 후보자를 "간단치 않은 사람"으로 치켜세우고, '박근혜 대항마'로 까지 봤던 청와대는 그의 낙마를 어떻게 평할까.

    30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총리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원인을 물었다. "청와대의 잘못된 인사검증과 후보자의 잘못된 해명 중 원인이 어디 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나가신 분에 대한 사후평가가 적절한 지 고민이 든다"며 망설였다.

    그러나 거듭된 질문에 전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딱 잘라 말하는 것은 아니고 두 분(신재민·이재훈 장관 후보자)은 '공정한 사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었고, 총리 후보자는 거짓말로 인한 국민적 실망감이 큰 것 같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잘못 보다는 김 전 총리 후보자 개인 실수가 큰 것으로 본 것이다.

    "청와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청와대가 총리와 두 명의 장관 후보자 낙마 원인을 후보자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을 국민은 어떻게 지켜볼 지 궁금하다. 

    청와대가 이날 다시 후임 총리 인선 기준을 밝혔다. 가장 우선시 할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고 했다. 아마도 후임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실수를 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후보 개인 탓'으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