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강도·강간 혐의 논란 은퇴한 조진웅민주 "청소년 시절 잘못 언제까지 책임져야"성추행 의혹 장경태도 두둔 … 野 "태도 역겨워"
  • ▲ 배우 조진웅이 올 8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 의례를 낭독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이재명' 캡처
    ▲ 배우 조진웅이 올 8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 의례를 낭독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이재명' 캡처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진영이 성인지 감수성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내로남불' 논란에 빠졌다. 최근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을 두둔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이어, 고교 시절 '절도·성폭행'으로 소년원에 송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우 조진웅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듯한 반응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연동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과거 소년 범죄와 위선 논란에 휩싸인 조진웅을 두둔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조진웅이 고교 시절 범죄를 저질렀지만 과거의 일로 은퇴하는 것은 과하다는 취지의 반응이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조진웅의 은퇴 선언을 일부 인용하면서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조진웅의 복귀를 촉구하는 성공회 송경용 신부의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송 신부는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진웅 배우의 청소년기 비행 논란이 크다.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도 "대중에게 이미지화된 그의 현재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조진웅은 연예계에서 자타공인 친(親)민주당, 친이재명 정권 인사로 평가 받아왔다. 그는 그간 방송과 인터뷰 등을 통해 검찰개혁, 역사관 등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밝혔고, 지난해 12월에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에 영상 메시지로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재명 정권 출범 후 그의 친여 성향 행보는 대중에게 더 큰 인상을 남겼다. 조진웅은 지난 8월 17일 이재명 대통령과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을 함께 관람했다. 이틀 전인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낭독,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같은 달에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나아가 조진웅은 그동안 경찰, 독립투사 등의 역할을 다수 맡으며 정의로운 이미지로 비쳐졌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 때문에 조진웅의 과거 범죄 논란은 국민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조진웅의 범죄 논란은 지난 5일 그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행 등에 연루됐다는 디스패치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디스패치는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조진웅이 고등학교 2학년 때 특가법상 강도 강간(1994년 기준)으로 형사 재판을 받았고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조진웅이 성인이 된 뒤 무명 배우 시절에도 극단 단원을 구타해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촬영할 당시에도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조진웅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소년범 의혹을 인정했다. 하지만 "단 성폭행과 관련한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배우 조진웅은 입장문을 통해 과거 범죄 이력에 대해 사과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문제는 조진웅을 옹호하는 민주당과 좌파 진영의 대응 기준이다. 정치권과 여론은 이들의 태도가 그간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던 기조와 다소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교화'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좌파 진영의 반응도 '내로남불'과 '위선'에 분노하는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조 씨 사태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 나라의 전직 교수, 학자 심지어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개입해서 진영 전체가 옹호를 하고 나서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조 씨가 소년원에 가서 처벌을 받았다. 그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그것을 다시 꺼낸 것은 그분이 사회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발언을 하고 행세를 하면서 의로운 척 정의로운 척 한 데 대해 국민이 또는 대중이 지금 평가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짚었다.
  •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민주당이 '선택적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지탄받는 것은 최근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과 장 의원을 두둔하는 당내 의원들의 발언이 겹치며 논란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장 의원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여야 간 공방이 거세졌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장 의원의 의혹은) 1년 지나 고소된 사건이고 이를 언론에서 받아서 보도했다"고 발언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그 여자가 (장 의원) 어깨에 손 올리고 있는 것 못 봤느냐"고 언급했다.

    하지만 서 의원은 2차 가해 논란이 일자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2차 가해'라고 지적하는 것은 '악질적 정치 공세'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2차 가해'라는 야당의 지적을 인용하는 경우 법적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성인지 감수성도 내로남불'이라는 취지로 비판에 나섰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금까지 민주당은 성인지 감수성을 내세우며 '피해자를 중심으로, 피해자의 편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주장해 왔다"며 "피해자가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입증해야 민주당의 '성인지 감수성'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는 민주당의 제 식구 감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서 의원은 '여자가 어깨에 손 올린 것 못 봤냐'면서 희희낙락하고 당 전체가 또다시 피해 호소인 프레임을 가동하며 집단 린치에 가담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대응 또한 역겹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