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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자진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 8.8 개각을 통해 '48세 총리'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차기 대선후보 반열에 까지 오른 김 후보자는 21일 만에 퇴장하게 됐다.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사퇴 이유는 역시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두고 말 바꾸기를 한 점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하며 '거짓말쟁이'로 낙인찍인 점이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미덕을 신뢰라 생각한다.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총리 후보직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동안 저의 부족함을 진심으로 깨우쳤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25일 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과 스폰서 의혹 부인의 뇌물수수 의혹, 금전거래 및 재산관리 문제로 여야의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박 전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말을 바꿔 민주당으로 부터 고발을 당한 데 이어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청문회 답변보다 이른 2006년 2월 박 전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며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다음은 김 총리 후보자 사퇴회견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에 심려를 끼친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청문회 동안 제 부족함이 너무나 많음을 진심으로 깨우쳤습니다.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진솔하게 말씀드리려 했던 것이 잘못된 기억으로, 정말 잘못된 기억으로 말실수가 되고 또 더 큰 오해를 가져오게 된 것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무신불립이라 했습니다. 저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미덕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제가 총리직에 임명된다 해도 무슨 일을 앞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민께서 준 채찍을, 그 채찍을 제 스스로 달게 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는 확실한 신념으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혹독하게 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도 삼아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