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정부가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법 이민한 동유럽 출신 `집시' 600여 명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로 강제 송환한 일로 유럽 내 분쟁이 밀면서 유럽 내 집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통상 `로마(Roma)'로 불리는 집시가 가장 차별받는 소수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집시의 인종적.언어적 발원에 관해선 여러 학설이 있으나 인도나 그 주변에서 중동과 발칸을 거쳐 동유럽과 서유럽 각지로 이동해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14-15세기부터 유럽 각지를 떠돈 집시의 현재 유럽 내 수는 1천만~1천200만명으로 추산되며 특히 헝가리, 루마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각국에 많이 살고 있다. 나라에 따라 집시를 일컫는 말도 보헤미안, 치고이너, 치가니, 리타니 등으로 다르다.
    여러 이유로 대부분 한 곳에 뿌리 박고 살지 못하는 생활이 습성화 돼 있는 집시 족은 경제.사회적으로 하층민에 해당한다. 때로 노숙자와 같은 생활을 하는 이들은 빈곤과 사회적 편견, 유무형의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집시들은 가난하고 게으르며 구걸이나 소매치기로 연명한다'는 게 유럽에 퍼져있는 집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현 대통령이 자신을 취재하던 여기자에 대해 `더러운 집시'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데서 보듯 동유럽에서 집시 사회에 대한 혐오적 시각은 일반적인 현상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루마니아의 한 야당의원은 `로마(Roma)'라는 용어가 루마니아 국외에 사는 루마니아인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로마'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근년 들어 유럽에 불어닥친 경기침체는 집시 사회에 대한 혐오와 증오 정서를 더욱 부추겼다.
    반(反) 집시 정서를 노골적으로 표명한 강경 민족주의 세력이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의 틈새를 활용해 득세하는 추세는 이를 방증한다.
    집시 인구가 전체 인구의 6~8% 정도인 60만~80만명으로 추정되는 헝가리에서는 지난해 집시를 겨냥한 연쇄 살인 사건이 불거지도 했다.
    또 `집시를 치우자'는 슬로건을 내건 극우단체가 지지세력을 확산하며 이 단체를 산하에 둔 극우정당이 체제전환 이후 처음으로 의회 입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헝가리 정부가 지난해 집시 대학졸업생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등 집시 사회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으나 집시 사회의 통합은 요원한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유럽연합(EU)도 집시 인구가 많은 동유럽국에 집시 자녀들의 교육과 주택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EU 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재원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재원 집행의 투명성도 의문시되는 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번에 프랑스 정부가 집시들을 강경 추방한 것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내년에 솅겐협약(유럽 통행자유화 협약)에 가입하면 이동이 자유로워진 집시들이 대거 밀려들 것을 미리 막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가 집시에 대한 지문 채취를 의무화함으로써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집시들의 불법 이민을 억제하려는 서유럽 정부의 강경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