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초대 국새를 제작한 한국 전각계의 거장 석불 정기호(1899∼1989) 선생의 아들 목불 정민조(67) 선생이 23일 국새 의혹 논란과 관련해 민홍규씨의 이력과 옥새 전각장 계보에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울산에서 '고죽산방'이란 작업실을 운영하며 제자 70여명을 가르치는 정민조 선생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민홍규씨가 지금 하는 행동은 우리 아버지의 명예와 나, 내 제자들에게까지 내려오는 전통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선생은 "민씨가 자기 앞가림은 하고 다닐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큰 사기를 칠 줄은 몰랐다"며 그간 민씨의 행보를 비난했다.
    2007년 제4대 국새제작단장이 된 민씨는 중학교 때 석불 정기호 선생에게 옥새 전각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석불 선생은 대한민국 초대 국새를 제작한 옥새 전각장이다.
    2005년 민씨가 발간한 '옥새'란 책에도 민씨는 자신을 '한국 전각계의 큰 인물이며 국내 유일의 전통옥새 전각장이었던 석불 정기호 선생의 제자'라고 소개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옥새는 곧 왕권의 상징으로 옥새전각장이 제자 한 명에게만 구전해 주는 영새부다. 스승 밑에서 17년간 동양철학을 비롯해 조각ㆍ서예ㆍ전각ㆍ회화와 주물까지 두루 수학한 그(민홍규)가 1985년 후계자로 채택됐다"고 민씨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 선생은 "민씨는 아버지 제자를 사칭하고 다녔다. 20여년 전 부산에 있는 우리 집에 딱 두번 정도 왔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에게서 국새 만드는 법을 배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여든이 넘어 정신이 오락가락하신 것을 보고 (민씨가) 거짓말을 해서 어떻게 수료증 같은 것을 하나 받아갔다"고 전했다.
    민씨의 호인 '세불(世佛)'에 대해서도 "우리 가족을 등에 업고자 갖다붙인 이름"이라며 석불 선생이 직접 지어줬다는 민씨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정 선생은 민씨가 전시회에서 사실상 사기 행각과 다름없는 일도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예전에 전주에서 옥새 전시회를 했을 때도 민씨는 자기가 뭐 한 것 하나 없이 중국 것을 가져다가 전시만 했다"고 말했다.
    또 "민씨가 문화관광부 사람들한테 공업용 다이아몬드 박은 도장을 돌리기도 했다. 지금 국새를 만든다고 다니면서 주변에 금도장을 돌린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정 선생은 애초 민씨의 미덥지 못한 행동을 지적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며칠 전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이제야 내가 '민홍규는 가짜다'라고 나서자니 무슨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비칠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민씨의 해명을 들으려고 수차례 전화 연락을 취하고 민씨 자택에도 찾아갔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