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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교사를 믿고 맡겨라
강제와 억압을 제거해버리면 아이들이 저절로 자란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올 2학기부터 학생 체벌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선언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 의하면 초중고교 교사 79.4%가 체벌 금지를 반대하고 있다. KBS 조사 자료에 의하면 학부모 70.2%가 체벌 금지를 반대하고 찬성은 23%에 불과하다. 힘든 일, 귀찮은 일을 기피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체벌을 해서라도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아이들을 이기려고 하면 교직생활을 못한다는 호소를 해온 초등학교 여교사가 있었다. 버릇이 없고 이기적이고 책임감이 없는 아이들을 엄격히 지도하다 보니 교장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불려갔다.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몇 번을 참고 지내다가 아이들 생활지도를 포기했다고 한다. 옛날 어른들은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고 했는데 지금 아이를 망치는 사람은 매를 드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선생님이다.
당신은 학교에 한번 가 보았는가. 지금 교실현장은 전쟁 중이다. 가정의 제왕인 이 시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철없는 아이들은 날마다 벼랑으로 달려간다. 벼랑 끝 아이를 구하려면 강제적 수단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들은 너무나도 조심성 없이 자녀교육에 인권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정에서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시민사회와는 다른 논리가 필요하다. 부모 자녀 관계에서 평등을 끌어들이거나, 자유의 논리를 적용하는 일은 본래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의 사제간 관계에서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권의 논리를 함부로 끌어드려서는 안 된다. 규제와 억압, 참고 견디게 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강제와 억압을 제거해버리면 아이들이 저절로 자란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일본 정부기관인 총무청 청소년대책본부가 미국, 일본, 한국 3개국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부모 의식조사를 했는데 한국과 미국은 정반대로 나왔다. 자녀가 철이 없는 어릴 때에는 자유롭게 키우고 성장함에 따라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찬반 비율이 한국은 79.7%대 19.1%, 미국은 8.2%대 90.7%, 일본은 38.6%대 61.4%로 나타났다. 10명 중에 한국은 8명, 미국은 1명, 일본은 4명꼴로 찬동한다고 답변했다. 우리나라 학부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오냐 오냐 하면서 버릇없이 키우다가 자랄수록 간섭이 심해진다. 미국 학부모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어릴 때 매우 엄격하게 키우고 고교생이 되면 자율권을 준다. 일본은 그 중간이나 우리보다 엄하게 키우는 편이다. 장차 우리 아이들은 세계 속에서 국제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글로벌 에티켓을 갖춘 개척정신과 책임감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이는 어릴 때 엄격한 교육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어느 두메산골 초등학교에 3학년 담임 처녀 선생님이 계셨다. 개구쟁이 소년이 개구리를 잡아다 여자아이들 가방 속에 넣는 장난을 했다. 개구리 배를 갈라 허파 뛰는 모습을 본 여자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뒤늦게 이를 아신 담임선생님이 장난을 친 소년을 불러 세웠다. 선생님은 겁에 질린 소년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너는 장차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겠다고 하면서 돌려보냈다. 훗날 그 소년은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의대 교수가 된 소년은 선생님 말씀을 믿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내가 믿고 있는 선생님이 너는 할 수 있어 라고 용기를 주면 아이들은 그렇게 변해 간다. 교육감과 학부모가 스승의 권위를 세워주어야 한다. 일부 폭력교사가 있다고 해서 모든 교사들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인간교육은 스승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자식을 학교에 보냈으면 선생님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