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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국제 호텔은 특급 호텔로 이동규가 찾아갈 기회가 드물었다.
수백 번 앞을 지났을 뿐 커피숍에 들어가 앉은 적도 없다.12시 반, 커피숍에 앉아있던 이동규는 서둘러 입구로 들어서는 사내를 보았다.
형 이동민이다. 헤어진지 10년이 지났어도 어릴 적 모습은 그대로다.
키는 이동규 쯤 되었지만 체격이 컸고 배가 좀 나왔다.잠깐 멈춰서서 안을 둘러보던 이동민도 금방 이쪽을 알아보더니 환하게 웃는다.
다가온 이동민이 손을 내밀었으므로 엉거주춤 일어선 이동규가 악수를 했다.「야아, 반갑다.」
이동민이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목소리도 컸고 진심이 드러나 있다.
마주보며 앉았을 때 이동민이 묻는다.
「어머닌 안녕하시지?」
「응.」
했지만 시선을 든 이동규의 표정이 굳다.궁금하면 지가 직접 안부를 물을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표정이다.
그래서 이동규는 아버지 안부를 묻지 않기로 한다.그때 이동민이 지나는 종업원을 불러 마실 것을 시켜 분위기를 바꿨다.
흰 얼굴에 매너가 세련되었고 옷차림도 고급이다. 부잣집 자식 티가 난다.다시 이동민이 말했다.
「인마, 우리 둘이라도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낼 수도 있었잖어? 내가 얼마나 너한테 콘택한지 알아?」콘택이란 접촉이란 말이렸다.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은 이동규가 머리를 들었다.
「나한테 연락해서 머하게? 우리 둘만 잘 지내자구? 난 엄마를 배신 못해.」
「인마, 누가 배신하랬어?」
입맛을 다신 이동민이 말을 잇는다.
「넌 그때 어려서 모른다. 난 사춘기때라 좀 상처 받았거든.」이동규는 숨을 삼켰다. 이제 10년이 지난 작금에 이르러 이동민이 부모의 헤어진 사연을 털어 놓으려고 한다.
「그때 말이다.」
하고 이동민이 시작했을 때 이동규가 손바닥을 펴고 장풍을 쏘는 시늉을 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용건을 말해.」그러자 이동민이 벌렸던 입을 다물더니 서너번 입맛을 다셨다. 기분이 상한 듯 이동민은 한동안 딴전을 보았다가 말을 꺼냈다.
「아버지 전갈이다. 너를 미국으로 오라고 하셔. 걍 몸만 오면 미국 대학에 편입시켜 주신단다. 미국은 기부금만 왕창 내면 다 편입이 돼.」이동규가 눈만 껌벅였고 이동민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입대 연기 신청을 했다면서? 미국에서 대학 다니다가 시민권 얻고 나서 군대 빠지는거야. 미국 국적 받으면 돼. 나처럼 말이다.」
「......」
「군대에서 뭐하러 2년 동안이나 썪는단 말야? 글고 전쟁이나 나봐. 딴 놈들 다 군대 빠지는데 넌 그놈들 지키려고 목숨 내놓는단 말이냐? 걍 맨 몸으로 오면 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주실테니까 미국으로 와.」
「......」
「어머니도 찬성하실거다. 글고 어머니 재산은 다 네꺼니까 물려주실 것이고.」그리고는 이동민이 빙그레 웃는다.
「아버지도 네 몫을 나눠 주실거야. 너한테는 일거양득이지.」
「......」
「이번 아버지 호의를 무시하면 네 몫이 없어질지도 모른단 말이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이동규는 우두커니 이동민을 보았다.
잘생겼다. 그러나 왠지 남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