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 후 최대폭의 8.8 개각을 단행한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날인 9일 떠나는 국무위원들과 고별 만찬을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부처 장관 14명,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등이 부부 동반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떠나는 국무위원들을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한 동지"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홍상표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 만큼 여러분들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새기고 있다"며 거듭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특히 정 총리에게는 "훌륭한 총리를 만났다는 것을 인생 살아가면서 행복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정 총리는 들어올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다. 정 총리는 시작은 어렵게 했어도 국민들에게 '총리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주고 떠나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들어올 때 내가 생각했던 총리보다 1년을 함께 지내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며 "총리와는 어떤 것도 함께 대화를 하는데 이런 것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장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격려한 뒤 "나는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나는 인간관계를 평생 갖고 간다"며 "함께 일했던 총리와 장관들 모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가나 들어오나 관심을 갖고 함께 해달라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나가 있더라도 거리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라. 바깥 얘기를 전화로 해주고 메일로도 보내주고 하라"고 거듭 당부한 뒤 "나가더라도 가끔 만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정 총리는 "10개월여간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여기 모든 분들 덕분"이라며 "보람도 있고 미진한 점도 있었으나 떠나면서 생각하니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대통령님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의 중심국가로 진입하게 됐다"며 "인구가 5000만이 넘고 국민소득이 1인당 2만달러가 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 외에 6개국밖에 없다. 우리는 명실상부한 G7국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저는 어디에 있든 대한민국이 더 맑고 더 밝고 더 바른 나라로 서 가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훌륭한 총리'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과분한 칭찬을 해 주셨다"고 화답했다.

    물러나는 장관들도 소감을 밝혔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판사 퇴임 때 2개월이 모자라 공무원연금 만기 수급 대상이 되지 못한 사실을 소개하며 "이번에 장관을 하면서 연금을 채우게 됐다"고 말했고, 친박근혜계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상대적으로 짧았던 재직 기간을 염두에 둔 듯 "속성과를 나온 느낌"이라며 "학점이 좋아 일찍 졸업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뒤 "UAE 원전 수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밖에 나가서는 할 말은 좀 하고 살겠다"고 했고,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꽃이 필 때도 아름답지만 장작불이 탈 때도 아름답다"며 "장작불이 타듯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김 여사는 "그동안 너무 고생 많이 하셨다. 이 대통령과 일하시다 보면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며 "특히 시간에 많이 쫓기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말려도 안 되는 사람"이라며 "출근도 좀 천천히 하시고 쉬는 날 쉬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결혼해서 오늘날까지 일에 관해서는 그렇게 해 오셔서 지금은 말리지도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만찬은 2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됐고 정 총리는 병을 들고 다니며 국무위원들에게 일일이 막걸리를 따라줬고, 단체로 몇차례 건배를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