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하마드 레자 바크티아리 주한 이란대사는 9일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독자제재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친구는 어려울 때 등 돌리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바크티아리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한국과 이란의 우호관계를 생각할 때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의무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바크티아리 대사와 일문일답.
    --미국의 대이란 추가 독자제재 요청에 한국 정부가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이란 정부의 평가는.
    ▲한국은 한편으로는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고한 우정에 기반한 이란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한-이란 간 우호 관계는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해 왔고, 양국은 이로부터 상호 이익을 누려 왔다. 우리는 이것이 아직 계속될 수 있고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친구는 어려울 때 등 돌리지 않는 법이다. 친구는 항상 친구로 남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요청을 받고 나서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과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의무가 한편에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양자적 의무가 있다. 이러한 양자 관계와 양자적 의무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의존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의무와 다른 차원의 것이다.
    --한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이나 호주, 캐나다, 일본과 같이 독자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이란 정부의 대응은.
    ▲한국과 이란의 우호관계를 생각할 때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의무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호주의는 어떠한 양자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어떤 나라가 이란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면 이란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어떻게든 제재 하에서 살아나가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만약 한국이 제재를 가한다면 우리는 두 손 놓고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이란 시장을 잃게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란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한국이 이란과 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이란이 한 걸음 다가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 추진과 이에 대한 이란 정부의 대응으로 양국의 경제협력이 어떤 영향을 받겠나.
    ▲내년에 한국과 이란은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려가 닥쳤고 양국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왔다. 수치 상으로로 봤을 때 양국 교역량은 1997년 17억달러였고 2005년 50억달러, 2006년 76억달러 2007년 95억달러 2008년 127억달러 2009년 세계 경기 위축으로 100억 달러를 기록�다.
    올들어 5월까지 교역량은 60억달러에 이르고 예상 교역량은 역대 최대치인 13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이란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잠재력 또한 크다. 이란은 7천500만명의 소비자로 이뤄진 매우 큰 규모의 전망이 좋은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란은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등 한국 상품의 수출 허브가 될 수도 있다.
    이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은 2천 개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독자제재를 취함에 따라 양국 교역에 제한이 가해진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게 이런 기업들이다. 따라서 한국이 제재를 취한다면 스스로에게 제재를 취하는 셈이 된다. 한국은 잠재력 있는 이란 시장을 잃게 되고 그 시장이 제공하는 무한한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한국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한 이란 정부의 이해는.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한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는 한미 관계에 방해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한국 정부의 주권에 의한 결정을 존중한다. 이란과 관계는 상호 호혜적이며 서로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관계여야 한다. 한-이란 관계의 중요한 측면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불법거래 의혹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은.
    ▲2000년 멜라트은행이 서울에 지점을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국내 규정과 국제적 기준을 지키며 영업해 왔다. 불법행위에 연관된 적이 한번도 없었으며 만약 그랬다면 훨씬 진작부터 거래가 중단됐을 것이다.
    멜라트은행은 다른 외국 은행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한국 기업, 한국 국내 은행들과 건전한 거래를 해 왔으며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관련 기관의 감사를 받아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불법 행위나 불법 거래도 적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요청했다고 해서 한국이 은행의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자산을 동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영업정지나 자산동결과 같은 한국 정부의 제재에 반대한다. 그리고 멜라트은행 서울 지점의 주요 고객은 한국의 기업들이다. 한국 기업들은 멜라트은행이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어 경제활동에 큰 도움을 받아왔다. 이 은행이 제재를 받는다면 이 기업들의 모든 사업이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누가 더 큰 손해를 입느냐가 문제다.
    한국 정부가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기획재정부 관리들을 금명간 만나 이러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다.
    --미사일이나 핵 관련 이란과 북한 간 협력 의혹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은.
    ▲이란의 핵 개발은 완전히 평화적인 활동이며 이란이 잘못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이란과 북한 간 핵 활동과 관련한 어떠한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우리 고유의 핵 활동을 하고 있다.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그 증거를 내 놔야 한다. 지금까지 이란을 향한 어떠한 주장도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었을 뿐 정확한 증거에 기반한 주장은 없었다. 이란과 북한 간에는 정상적인 양자 관계만 있을 뿐,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해 특별한 협력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