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장마차를 나왔을 때는 밤 12시 반이었다.
    막걸리는 배가 불러서 소주를 두병 반 나눠 마시고나니까 심명하가 먼저 취했다.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더니 나중에는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끌고 나오기까지 했다.

    「야, 나 데꼬 가.」
    포장마차 앞에 선 심명하가 썩은 내가 풀풀 나는 입냄새를 풍기며 말했다. 눈동자의 초점은 멀고 가만 서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건들거렸다.

    「아, 시발. 너 갔구만.」
    맛이 갔다고 하려다가 줄인건 그나마 이쪽이 제정신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야, 나 어디서 잘꺼야.」
    하고 심명하가 다시 말했을 때 이동규는 허리를 감싸안고 팔 하나를 목에 둘러 잡았다. 전형적인 술처먹은 놈 부축 방법으로 신입생때 선배들한테 배웠다. 그리고는 선배 몇놈을 이 방법으로 모셨다.

    「오데로 가는거야?」
    발을 떼자 심명하가 물었으므로 이동규가 대답했다.
    「모텔 가자.」
    심명하는 입을 다물었고 이동규가 말을 잇는다.
    「오늘 자고 친구 종치고 애인 하자.」
    「......」
    「애인이 별거냐? 그거 한번 하면 다 되는겨, 시발.」

    비틀거리며 심명하는 걷기만 했고 이동규가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심명하가 나 데꼬 가라는 것은 신호를 보낸 것이나 같다. 이제부터 대학 내에서는 만날 일이 없을테니 부담 없이 주겠다는 표시였다.

    그러나 큰길로 나왔을 때 이동규는 지나는 택시를 잡았다. 뒷자석에 심명하를 밀어놓고 그 옆에 탔다.

    「상계 3동요.」
    운전사에게 말하자 의자에 기대 누워있던 심명하가 번쩍 눈을 떴다.
    눈의 초점도 잡혀져 있다. 상계 3동은 심명하의 집인 것이다.

    차가 도심 거리를 속력을 내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심명하는 눈은 떴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때 이동규가 앞쪽을 향한 채 말했다.
    「너하고는 안할래. 니가 어떻게 생각하든 널 아껴야겠어.」

    심명하는 숨소리도 내지 않았고 이동규의 말이 이어졌다.
    「누가 뭐라건 내가 좋으면 좋은거야. 난 내 식으로 널 아끼고 싶어.」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긴 숨을 뱉는다.
    「지기미, 섹스가 뭔데? 그건 자신 없는 놈들이 나대는 수작이었어. 내가 겪어봐서 알아.」
    「......」
    「그래서 먼저 섹스부터 하려고 허겁지겁 달려들었어. 그러고나선 뒷감당도 못하고 쩔쩔 맸지.」
    「......」
    「이제부턴 그렇게 안해.」

    그때 이동규는 제 손등위에 덮이는 따뜻한 촉감에 놀라 그쪽을 보았다. 심명하의 손이 덮여져 있다. 그러나 심명하는 여전히 앞쪽을 응시한 채 였다.

    「넌 바보야.」
    이윽고 심명하가 불쑥 말하더니 얼굴을 펴고 웃는다. 심명하가 말을 잇는다.
    「센스가 둔해. 지금 해도 무르익어 있었을텐데.」

    그러더니 손에 힘을 주어 이동규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래. 잘 갔다와. 동규야.」
    「응?」
    했다가 이동규는 그것이 미국행에 대한 심명하의 인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간다는 말이 거짓말인 터라 감동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