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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이동규가 응답했을 때 수화구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울린다.
「너, 동규냐?」
순간 이동규의 심장이 덜컥 멈췄다가 뛰었다.형 이동민이다. 5년쯤 되었지만 목소리는 알아듣겠다. 이동규가 가만 있었더니 이동민의 말이 빨라졌다.
「야, 동규야. 너, 나 좀 만나자. 나 국제호텔 1207호실에...」
「아, 됐어.」말을 자른 이동규의 목소리도 굵어졌다.
「이산가족처럼 흥분 말자구. 때가 되면 만날 테니까 서둘 것도 없어.」
「야, 아버지가 너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
「울 엄마는 어때서?」
해놓고 이동규가 눈을 치켜떴다.「엄마 무시하지 마. 지금 엄마가 없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동규야. 너 왜 이래? 너 변했구나.」
「아, 시. 그만두자구.」
「너 지금 어디야? 내가 그리로 갈게.」
「나, 작업중이야.」말문이 막힌 이동민이 가만 있었으므로 이동규가 말을 잇는다.
「바쁘니까 다음 기회에 보자구.」
「그럼 내일 만나자.」
「봐서.」
그래놓고 핸드폰을 귀에서 떼려는데 이동민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일 점심때 국제호텔 로비에서.」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이동규가 다시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와 심명하 옆에 앉는다. 이동규의 표정을 본 심명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일 안됐어?」
「뭐가?」
「작업이 안된 얼굴 같아서.」
「넌 생각하는게 작업뿐이냐?」
「니 수준에 맞추다 보니까 그렇게 되네.」그러더니 심명하가 막걸리 한잔을 다 마셔버렸다. 술잔을 내려놓은 심명하가 트림을 하고나서 말했다.
「넌 내 주변에 대해선 관심도 없지?」이동규의 시선을 받은 심명하가 빙긋 웃는다.
「니 여자 친구의 애인에 대해서 말야.」
「복잡하네.」
「하긴 니가 날 여자로 본 적이 없으니까.」
하더니 다시 트림을 하고나서 말을 잇는다.「자, 물어봐 줄래? 내 남친. 그러니까 내 애인에 대해서.」
「어딜 물어줄까?」
이를 드러내고 말했던 이동규가 허리를 펴면서 술잔을 들었다.「자,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말해.」
「그 친구 군대 갔어.」
술잔을 든 채 이동규는 시선만 주었고 심명하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작년 겨울에.」
「가서 죽었어?」이동규가 묻자 심명하는 눈을 흘겼다.
「재섭는 소리 마, 짜샤.」
「어쨌든 휴가는 나왔을거 아냐? 군대 갔다고 해도 만날 수 있는거 아니냐구?」
「끝났어.」
「니가 고무신 바꿔 신은 거냐?」
「둘이 합의한 거야. 끝내기로.」그러자 이동규가 입맛을 다셨다.
「니들 참 쿨하구나. 니가 다시 보인다.」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두 손으로 턱을 고인 심명하가 말을 잇는다.
「한달, 두달, 석달 시간이 가니까 점점 희미해지는거야. 억지로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안돼. 그러다가 반년이 지나니까 거의 잊게 되더라.」그리고는 심명하가 이동규를 보았다.
「그때 네가 내 앞에 나타났지. 그런데 아무 부담이 없더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