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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저인망식 DNA 수사가 연쇄 성폭행범의 자수를 이끌어내는 개가를 올렸다.
`면목동 발발이'로 불리는 조모(27)씨는 4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를 찾아가 작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면목동 일대에서 일어난 강도·성폭행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수했다.
조씨가 제 발로 경찰을 찾아간 것은 지난달 31일 사건현장 일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DNA 채취에 어쩔 수 없이 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뉴스를 통해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나의 DNA를 확보한 것을 알았으며, 잡으러 오기 전 자수하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가 사건 현장에 남긴 운동화에 묻은 땀과 세 건의 성폭행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정액에서 그의 DNA를 채취했지만, 이를 대조할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수사에 더이상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 문제를 `발품'으로 해결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의 6천546가구를 방문, 7천296명을 만나고서 범인의 인상착의와 유사한 남성 315명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사건 개요를 일일이 설명하고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영장을 갖고 오라" "범인이 잡히고 나서 이걸 어디에 쓰려는 거냐"며 거부하는 시민이 많아 적지않은 고충을 겪었다.
조씨의 DNA도 경찰관이 그의 월세 방을 다섯번 찾아간 끝에 확보할 수 있었다.
조씨는 경찰이 네 번이나 찾아왔을 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외출한 것처럼 숨을 죽이고 있었으나, 지난달 31일 경찰이 인기척을 확인하고 문을 두드리자 마지못해 방문을 열었다.
경찰은 "DNA 채취를 거부하면 공연한 의심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에 압수영장을 받아 다시 오겠다"며 조씨를 압박했고, 조씨는 의심을 피하려고 DNA 채취에 응했다.
상당수 시민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끈질긴 탐문 수사를 펼친 끝에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한 순간이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강력범죄 해결의 1차적인 책임은 경찰에 있지만 시민도 경찰에 협조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강력범죄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경찰에 협조하려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