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남아공월드컵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 나선 스페인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6·바르셀로나·사진)가 연장 후반 12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과감하게 상의를 벗어젖힌 '골 세레모니'가 화제다.

  •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전·후반 내내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으나 각각 상대방의 치밀한 수비망을 뚫지 못하고 0-0 무승부를 기록, 결국 연장전에 들어갔다.

    체력보다 정신력의 승패를 가르는 연장전에서 기적은 중원의 마술사 이니에스타의 발끝에서 터졌다. 연장 후반 12분 상대팀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날)의 칼날 패스를 받은 이니에스타가 오른발 강슛을 성공시키며 스페인의 '천추의 한'을 풀게 된 것.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을 앞세워 네덜란드를 제치고 월드컵 우승컵을 거머쥔 스페인은 1930년 월드컵이 시작된 이래 80년 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추는 영예를 안았다.

    이니에스타는 이같은 역사적인 골을 터뜨린 직후 축구팬들의 뇌리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을 선사했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는 골 세레머니를 통해 이미 고인이 된 에스파뇰의 주장 다니엘 하르케의 이름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

    하르케는 이니에스타의 라이벌이자 절친한 동료였던 에스파뇰의 간판 스타로, 지난해 8월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서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었다.

    "다니엘 하르케, 항상 우리는 함께야(Dani Jarque siempre con nosotros)"라는 문구를 적은 속옷 상의를 드러낸 이니에스타는 여지없이 심판으로부터 옐로 카드를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들이 골을 성공시킨 직후 자신의 상의를 벗어 특정 메시지를 써 넣은 속옷을 내보이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에 한 네티즌은 "FIFA의 이같은 규칙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니에스타가 친구의 이름을 월드컵에 소개하기 위해 용기를 발휘한 것 같다"며 "비록 경고장을 받았지만 하르케를 기억하는 전 세계의 축구팬들에겐 결코 잊을수 없는 세레머니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