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적함대' 스페인이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리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한국시각으로 8일 오전 3시 30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4강전에서 스페인은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오른 독일을 맞아 시종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후반 28분 카를로스 푸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독일은 이상하리만큼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철저히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펴며 수비 지향적인 플레이로 일관한 것. 덕분에 스페인은 초반부터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등을 앞세워 압도적인 볼 점유율 우위를 점하며 게임을 지배해 나갔다.

    독일이 작심하고 골문을 걸어 잠근 탓에 스페인 역시 쉽게 문전 침투 및 슈팅을 기록하지 못해 4강전 답지 않은 다소 맥빠진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꾸준히 독일의 문전을 노크하던 스페인은 후반 28분 푸욜이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슛을 터뜨리며 결승골을 기록, 독일의 아성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 실점을 허용한 이후 비로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독일은 만회골을 넣기 위해 막판 총공세를 퍼부었으나 오히려 스페인에게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제공하는 등 명성에 걸맞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결국 전후반 내내 경기를 지배한 스페인이 푸욜의 골을 끝까지 잘 지켜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하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펠레의 저주, 적중률 100% = 이날 경기는 전통적인 유럽의 강호가 맞붙는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지만 과연 '펠레의 저주'에 걸린(?) 독일이 징크스를 깨고 결승에 진출하느냐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펠레의 저주'란 펠레가 강팀으로 지목한 팀들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졸전을 펼치게 된다는 일종의 징크스다.

    펠레는 남아공 월드컵 개막 직전 영국 일간지 '미러'와 인터뷰에서 브라질과 스페인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했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독일을 경계해야 할 팀으로 거론했으나, 16강 전을 치르던 중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예상외로 탄탄하고 스페인이 1차전에서 스위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자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나란히 탈락했고 나머지 한 팀 독일만이 유일하게 생존, 8강 고지를 넘어섰다.

    그러나 독일도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페인을 맞아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기대이하의 '졸전'을 펼치다 패배한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펠레의 저주'에 마침표를 찍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펠레의 저주'에 따르면 남아공 월드컵 우승컵의 주인도 가려진 듯 보인다. 펠레가 월드컵 개막 전 '미러'와의 인터뷰에선 브라질과 스페인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했었기 때문.

    과연 '펠레의 저주'의 잔재가 끝까지 스페인을 괴롭힐지 아니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같은 징크스를 깨고 스페인이 첫 우승컵을 손에 거머쥘지, 12일 열리는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에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