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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문열씨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이씨는 3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불멸’이 끝난 뒤 무력감이 짓누른다”며 그 이유는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세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
- ▲ 이문열씨 ⓒ 자료사진
그는 “우선 월드컵 열기가 이해 안 된다”라며 “히틀러 시대의 광장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결국 나치로 끝났고, 중국의 문화혁명 때도 수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였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한국에서도 2002년에 그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월드컵 열기가 효선-미선 추모 촛불 집회를 거쳐 결국 대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이번에는 뭐가 오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대해 “정부가 그야말로 혹 떼려다가 혹 붙인 정도도 아니고….”라며 “수정안이 부결된 마당에 세종시에 ‘플러스 알파’를 줘야 한다면 정부가 뭐가 되는 거냐. 이런 결과를 정부의 정치적 무능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혼란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인터넷”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의 ‘쌍방성’에 대해 집단적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이 ‘나도 저 사람처럼 똑같이 발언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신뢰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쌍방성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일방적인 선전 선동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쌍방성을 누리는 사람들은 이데올로기를 가진 소수,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는 소수”라며 “인터넷에서 발신자가 되는 사람은 전체 이용자의 5%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5%와 나머지 95% 사이에는 목소리를 내는 빈도에서 10대 1이 아니라 100대 1, 1000대 1의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그런데도 쌍방성을 믿기 때문에 ‘나도 거기 끼일 수 있다’며 신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흔히 인터넷을 집단지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오히려 집단 최면”이라며 “심하게 말하면 집단 사기, 집단 선동”이라고 평가했다.이씨는 “(발신자들이) 부메랑을 맞게 될 때 인터넷 정화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흥기와 패퇴는 상당 부분 인터넷 때문이다. 그가 죽은 이유도 인터넷 때문이라고 본다. 신문 시대였다면 그렇게까지 안 됐다고 본다. 부메랑에 맞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과 관련 “충격적이었던 것은 정부 여당이 선거 패인의 큰 원인을 천안함 역주행이라고 분석한 것”이라며 “46명이 죽었지만 사실은 북한이 생존자까지 모두 노린 거 아니겠나. 그런 북한한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북한에 화 좀 냈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야당을 찍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미선-효선의 죽음에 대해 극렬한 반미주의자도 처음에 미온적이었던 것은 고의적인 사건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그들의 죽음으로 몇 달 동안 수십만 개의 촛불이 탔는데, 명백하게 의도적으로 쏴서 46명이 죽었는데도 그것에 강력하게 대응한다고 역풍이 불었다고 하니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북한이 때리는 대로 맞고 참아야 한다는 논리가 되는데 그런 나라는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아니다. 그런 대한민국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