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존하는 서울성곽은 전체 구간이 돌로 쌓은 석축(石築)이라고 알려졌으나 흙으로 쌓은 구간도 있는 것으로 발굴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성곽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문헌에서는 일부 구간에 토축(土築)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나 실제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아가 늦어도 3세기 이전에는 완성됐다고 생각되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성벽 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땅에서 나오는 나쁜 기운에 의해 성곽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 성벽 안에 도자기나 토기를 거꾸로 박아 묻은 진단구(鎭壇具), 혹은 지진구(地鎭具)라는 유물이 서울성곽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식민지시대 조선신궁(朝鮮神宮) 건설 이래 잇따른 개발 과정에서 성곽이 사라진 중구 회현동 남산공원 백범광장 일대를 발굴한 결과, 원래 이 일대를 지났을 195m에 이르는 성곽구간 중 길이 약 43m에 이르는 성곽 기초부를 찾아냈다고 2일 말했다.

    남산을 감싼 서울성곽이 숭례문으로 연결되는 남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백범광장 일대에 대한 이번 조사의 일부 구간에서는 암석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파내고 그 위에 점성이 강한 흙을 15∼20㎝ 높이로 켜켜이 쌓아 올리고 바깥 부분에는 거칠게 다듬은 돌을 붙인 구간이 확인됐다.
    서울성곽 남산구간은 태조 이성계 시대에는 전라도민이 쌓고, 세종시대에는 경상도 백성 4만9천897명을 동원해 개축했으며 이 중 일부 낮고 평탄한 곳에서는 토성(土城)으로 축조했다는 기록이 실록에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 바닥이 편평하고 흑회색을 띠는 단지에다가 분청사기 뚜껑을 덮은 세트가 성곽 보축돌 위에서 기단석에 붙은 채 출토된 것을 비롯해 몇 가지 진단구가 확인됐다.
    나아가 성곽 바닥 한 구간에서는 주둥이를 서로 엇갈린 채 묻은 백자병 2점과 주둥이는 땅으로 박고 바닥은 하늘을 향한 도기병 3점이 함께 출토되기도 했다.

    성벽 안에 도기나 토기를 거꾸로 박아 두는 습속은 1998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절개 조사를 실시한 풍납토성 동벽(東壁) 구간에서 확인된 적이 있다. 당시 풍납토성 조사에서는 속이 깊은 바리 모양 토기인 심발형토기(深鉢形土器)가 이런 식으로 성벽 속에 넣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