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하철역 주변 주택가. 승용차 2대가 같이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에 지은 지 20∼30년이 넘어 보이는 집들이 늘어섰다.
    경찰 차량의 문이 열리자 검은 모자와 후드 티를 덮어쓴 정모(15)군과 이모(19)군이 골목 사이로 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범행현장인 최모(15)양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어 최양과 윤모양, 안모양 등 15세 동갑 소녀 3명이 여경의 부축을 받으며 정군과 이군을 따랐다. 몸무게가 90㎏이 넘는 정군은 20대로 볼 정도로 체격이 건장했고, 최양 등 소녀 3명은 모두 몸매가 가냘팠다.
    이들과 이모(15)군 등 6명은 이 집에서 나흘 동안 친구 김모(15)양을 감금ㆍ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한강에 버린 혐의로 최근 검거돼, 이날 비공개로 현장 검증을 했다.
    집 밖에서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인근 골목에서 비행 청소년이 술을 마시고 싸움을 하는 일이 잦았다고 혀를 찼다.
    주민 장모(50.여)씨는 "인근 골목들이 다 문제가 많다. 아이들끼리 비명을 지르고 싸움을 벌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욕하는 상황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건 당시 최양의 집에는 범행을 제지할 어른이 없었다. 도배공인 최양 부모는 지방 출장 등으로 한 달 이상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잦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검증에는 가해 청소년의 누나와 형 등 가족이 착잡한 표정으로 참관했다.
    경찰은 이날 집에서 정군과 최양 등이 술을 마시다 '험담을 한다'며 김양을 가둬놓고 때린 경위를 세세히 확인했고, 이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정군 등 가해 청소년과 숨진 김양은 모두 중ㆍ고교를 중퇴해 자주 가출했으며, 인터넷 메신저 등을 계기로 친해져 함께 유흥가를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군과 최양 등은 약 2시간 동안 검증을 마치고 집에서 나와 말없이 경찰 차량에 다시 올라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구타와 시신 유기를 주도한 정군과 최양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시신유기만 도운 연장자 이군과 일부 구타 과정에만 관여한 다른 이군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