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인 한국-나이지리아 경기가 끝난 23일 오전 5시40분께 서울광장.
    현장에 모인 붉은 셔츠 차림의 인파 7만7천여명이 '16강 진출 확정'에 환호성을 지르는 도중 젊은이 수십 명이 광장 주변의 한 '녹색 점'을 향해 달려갔다.
    누군가가 외쳤다. '원 모어 픽처 플리즈(사진 한 장만 더 찍어요)!'
    이 야단법석은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아브라함 오예오(28)씨로 인해 빚어졌다.
    서울광장 붉은 물결에 영락없는 '녹일점(綠一點)'이었던 그는 고국 나이지리아의 선전을 기원하려고 혼자 국기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한국 젊은이들은 그에게 "혼자 응원을 나와 대단하다. 용자(勇子ㆍ대담한 사람을 뜻하는 신세대 용어)다"며 기념촬영을 청했고, 오예오씨는 미소를 지으며 수십명과 일일이 포즈를 취했다.
    순식간에 서울광장의 '스타'가 된 그는 "나이지리아 태생이라 응원을 나오는 건 당연하다. 서울에 있는 동포 친구들이 사정이 있어 결국 혼자 나왔지만 한국인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흐뭇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오예오씨는 미국ㆍ나이지리아 이중국적을 갖고 있으며, 현재 서울 강서구 한 고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다고 했다.
    그는 "마침 우리 학교 학생들이 서울광장 응원전에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갈 생각을 했어요. 혼자 초록색 옷을 입고 있어서 다들 신기해 했지만 나이지리아 응원도 긍정적으로 받아주는 한국사람들의 열린 자세가 참 좋았습니다"라고 한국 시민을 칭찬했다.
    오예오씨는 2-2로 비긴 경기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고국 팀이 이기지 못해서 아쉽지만, 양국 선수들이 다들 열심히 뛰는 것을 보고 행복했다. 그런 게 월드컵의 진수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