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이 오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날마다 즐기는 과학 문명이 사실은 깊은 사고력을 가진 영국의 한 철학자가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프란시스 베이큰(1561-1626), 그의 새로운 철학을 요약하여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진정한 힘이 되는 ‘아는 것’은 반드시 진정한 지식이어야만 하기 때문에 편견과 선입관념을 배제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 명석한 판단을 염두에 두고 우리들 자신을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편견과 선입관에 아직 사로잡혀 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2010 월드컵 축구를 관전하면서 대한민국의 태극 전사들이 꼭 이겨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도 편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왜 한국이 희랍을 2대0으로 이겼을 적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가, 아르헨티나와 싸워서는 4대1로 크게 패배하니 분통이 터지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편견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가를 비롯, 공자·노자·장자를 축구 경기장에 초대하여 축구시합을 구경토록 하였다면, 편견이나 선입관이 전혀 없는 이 어른들은 입을 모아 “어느 편이 이기면 어때”라고 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성현들은 아마도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팀이 없다면 축구 시합에 우리는 아무런 흥미도 못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사는 범인들의 수준은 그것 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축구팀의 선수들을 보면서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선 월드컵이 흑인들의 나라인 남아공화국에서 열린 사실도 놀라웁고, 수백 년 백인 우월주의라는 편견에 사로잡혔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흑인 선수가 상당수 끼어있다는 것이 종래와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편견만 버리면 사람 사는 세상이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영남과 호남이 서로 편견만 버려도 한국 정치는 놀라운 발전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