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대역죄인(大逆罪人) (25)

     「저 방에 설사 환자가 셋이나 있소.」
    죄수 하나가 내 옆을 지나면서 말했다. 내가 눈으로 물었더니 죄수가 안쪽 감방을 가리켰다.

    「냄새가 지독해서 모두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보게, 자네는 냄새가 안나는가?」

    내가 나무랬더니 도둑질을 하다가 잡힌 박모(某)라는 그 죄수가 손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박모는 감옥서 학당의 학생이어서 내가 선생님이 된다.

    1903년 3월이다. 어느덧 내가 감옥서에 갇힌 지 햇수로 4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가 안쪽 감방 안으로 들어섰더니 과연 악취가 코를 찔렀다. 감방 안의 악취에 면역이 되어있는 나에게도 당장 머리칼이 곤두 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안쪽 위치여서 잡범이나 죄질이 흉악한 미결수 방으로 사용되었는데 한낮이지만 어두운 구석에서 번들거리는 몇쌍의 눈이 보였다. 서너명이 벽에 붙어 앉아 있는 것이다.

    「설사병이 난 사람은 어디 있소?」
    숨을 참으면서 물었더니 하나가 말없이 손으로 안쪽을 가리켰다. 나는 그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곧 어두운 방바닥이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나란히 누워있는 것이다.

    숨을 들이키자 이제는 머리가 아팠다. 지독한 악취였다. 그들에게 다가가 누워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희미하게 앓는 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사내다. 역시 내 학생이다.

    「이보시오. 설사병이 났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물었더니 사내가 희미하게 대답했다.

    「예, 어제부터...」
    「일어나 밖으로 나가시오. 볕을 쬐는 것이 낫겠소.」
    「예, 선생님. 하지만,」

    헐덕이며 대답한 사내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어젯밤부터 설사를 한동이나 쏟아서 일어날 기운이 없습니다.」
    「허어, 옆에 누운 사람도 그렇소?」
    「예에. 이 사람은 더 합니다.」

    옆쪽 둘은 누운 채 그저 숨소리만 겨우 내고 있을 뿐이다. 악취는 셋의 몸에서 풍겨왔다. 누운 채로 변을 흘리는 것이다. 방바닥이 질퍽한 것은 변 때문이다.

    머리를 돌린 내가 소리쳤다.
    「이 사람들을 밖으로 옮깁시다. 볕을 쬐게 해주고 몸을 씻겨야겠소.」
    「옥리가 놔두라고 했습니다.」

    벽에 붙어 앉은 사내의 말을 들은 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서둘러 방을 나왔다. 마침 복도 끝에 옥리 하나가 서 있었으므로 내가 다가가 다급하게 말했다.

    「이보시오. 끝쪽 감방에 설사병이 난 환자가 셋이나 누워있습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씻겨야겠소.」

    그러자 늙수구레한 옥리가 머리를 저었다.
    「안되오. 부서장(副署長)께서 그냥 두라고 하셨소.」
    「아니, 그러실 리가 있소?」

    놀란 내가 물었더니 옥리는 목소리를 낮췄다.
    「성 안에 전염병이 돈다고 합니다. 그 전염병인지 의심스럽다고 하십니다.」
    「아니, 어떤 병이란 말이오?」
    「자세히는 모릅니다. 하지만 곧 그 방의 죄수들을 다른 방으로 옮길테니 이선생께서도 출입을 하지 마시오.」

    생색을 내듯이 말한 옥리가 몸을 돌렸으므로 나는 아연했다.
    감옥서 안에 의사가 있을 리가 없다. 빈대 이불을 덮고 모래가 절반쯤 섞인 팥밥에다 소금기도 없는 우거지국을 먹으며 우리 안의 돼지처럼 지내는 생활이다.

    갑자기 내 처참한 현실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