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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남조선 영화를 보다가 들키면 곧장 감옥행입니다. 누가 알까 봐 항상 긴장한 채 봐야 합니다"
탈북청소년이 다니는 한겨레중고등학교 3학년생 이성철(19ㆍ가명)군은 북한에서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를 몰래 볼 때 느꼈던 긴장과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군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를 봤다고 아무한테도 얘기 못 한다. 누가 안전부(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바로 감옥행이다. 목숨을 걸고 봤다"고 말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이군은 한국 영화를 접했을 때는 12∼15살 때.
액션 장르를 좋아한다는 그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부모가 중국에서 몰래 가져온 CD와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재미에 푹 빠진 적이 있다.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 서너 편을 봤는데 `친구' '두사부일체'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이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군이 본 북한 영화와는 확연히 달랐다. 북한 영화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우상화하는 내용이 꼭 들어 있었다.
외화가 가끔 TV에서 나온다 해도 옛 소련(현 러시아)과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로 호기심이 왕성한 10대 청소년의 흥미를 끌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이군은 "한국은 영화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북한은 영화나 노래를 만들 때 그 속에 김일성과 김정일 이름이 꼭 들어가야 한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김일성, 김정일을) 모시는 쪽으로 해야 영화나 노래가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군이 북한에서 한국 영화를 보려면 큰 위험을 안아야 했다.
한국 영화를 보다가 안전부에 들키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모두 교도소에 갈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군은 긴장한 채 집에서 혼자 영화를 봤고 수시로 창문을 통해 누가 접근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인기척이라도 나면 바로 비디오테이프를 정지시켰다. 신고가 두려워 한국 영화를 봤다고 친한 친구나 친척 등 주변 사람에게 절대 자랑할 수도 없다.
이군은 "함경북도 회령의 한 유치원생이 멋모르고 한국 영화 봤다고 주위에 얘기했다가 가족 모두 끌려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남한 어린이는 못살고 길거리 음식을 주워 먹는다'는 내용의 교육을 받는다고 이군은 전했다.
영화를 본 소감으로 이군은 "남한은 도시화하고 개발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고 주제가 우정과 사랑, 삼각관계이다. 남한 영화를 볼 당시에는 북한이 안쓰럽다기보다는 남한을 시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