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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청와대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뒤 말을 아끼고 있고 매일 오후 하던 정례 브리핑도 스톱했다. 이 대통령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모진들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나갈 경우 더 큰 논란만 촉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라디오 연설에 각별한 애착을 가졌던 이 대통령이지만 7일 오전에 예정됐던 라디오 연설도 연기했다. 5월 31일 하려했으나 지방선거를 고려해 한 차례 미뤘던 연설이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인 4월 19일에는 처음 생방송으로 연설을 진행할 만큼 그간 라디오 연설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때문에 연설 연기는 이 대통령의 받았을 충격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도 취소했다. 오전 이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가 있었음에도 청와대는 한 줄의 브리핑도 내놓지 않았다. 한 신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참모들은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평소와 달리 참모들의 의견을 주로 듣기만 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 참모는 "대통령의 말수가 확 줄어든 것은 그만큼 생각해야 할 게 많고, 고민이 깊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 당장은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고민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개편과 개각을 7.28 재보선 이후에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관계자도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개편은 만약 하게 된다면 7.28 재보선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높고 내각(개편 시기)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유는 "여당의 전당대회 일정(7월 초)과 재보선 일정 등을 고려해서"란 것이다.
개편과 개각 폭도 아직은 미지수다. 청와대에 대한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 대폭 물갈이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선거 뒤 지금껏 이 대통령이 국면전환용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만만찮다. 한 관계자는 "인사는 이 대통령 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취임 초 촛불정국의 경우 일부 전문가와 언론 매체의 왜곡된 주장으로 생긴 일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국민들이 직접 표로 심판한 만큼 이전의 이 대통령 인사스타일 만으로는 전망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껏 이 대통령의 인사가 국면전환용을 싫어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는지 분석해봐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