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오만과 청와대의 독선에 대한 천심의 심판인 것이며 한나라당은 다시 천막을 치고 청와대는 새로운 2년의 출발점에 서서 모든 것을 바꾸라는 준엄한 민심의 마지막 경고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독약으로 쓸 것인지 보약으로 쓸 것인지 그 선택은 전적으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손에 달려 있다.

  • ▲ 김진철 (사)한국정책홍보진흥회 회장 ⓒ 뉴데일리
    ▲ 김진철 (사)한국정책홍보진흥회 회장 ⓒ 뉴데일리

    오만과 독선의 중병에 걸린 당과 정권에 주는 민심의 쓴 약이 제발 헛되이 버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이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정정길 청와대비서실장이 즉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니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몇몇 사람이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결단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당과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대책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는 평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될 수 있겠으나 정몽준 대표가 “우리가 스스로 자만했다”고 실토한 대로 한나라당의 자만이 참패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자만은 공천과정에서부터 시작 되었다.
    소위 개혁공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역민들의 여론은 헌신짝처럼 외면하고 지역구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의견에 치중하여 집토끼를 내쫓은 것은 자만이 빚어낸 결정적 패인이다.
    또한 선거 초기부터 장미 빛 여론조사결과에 도취되어 치밀한 전략과 콘텐츠 없이 너무나 안이하게 선거에 임한 것도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 자만의 결과라고 하겠다.
    한나라당 마지막 선대위 회의에서 어느 중진의원이 “선거가 조직에서 미디어선거로 변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한 발언은 한나라당이 앞으로 깊이 새겨야할 대목이라고 하겠다. 핸드폰문자에서 트위터로 세상이 변하였는데도 한나라당은 이를 무시하고 젊은 층에 대한 애정을 외면하였으며, 보수층에 대해서는 “스스로 알아서 충성하는 영원한 집토끼”라는 착각과 망상에 빠져 관심은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한나라당의 자만은 후보들의 토론방송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필자는 직업상 이번 선거의 TV토론방송을 관심 있게 지켜 본 사람으로서 특히 한나라당의 아성이 무참히 함락된 강원도와 인천의 후보토론방송을 보고나서 직감적으로 패배를 예감할 수 있었다.
    강원도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는 첫 번째 TV토론방송에서 마치 아침 여성프로에 나와 방담하듯 아무런 전략 없이 임기응변식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여 방송 후에 민주당 캠프로부터 ‘아침마당“수준의 콘텐츠 없는 후보라는 비아냥성 혹평을 받았으며 이런 이미지는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의 핵심전략으로 이용당하면서 패배를 자초하게 되었다.
    또한 인천의 경우 선관위가 토론주제를 정한 정책토론회에서 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질문답변을 해야 함에도 주제와는 아무 관련 없는 한나라당후보의 업무내용(자전거길 예산으로 300억원을 낭비 했다는 주장)을 반복적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유권자들에게 무능하거나 낭비적인 후보라는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데도 아무런 대응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등 천금 같은 TV토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치부를 들어내는데 이용당하는 전략부재를 노출하였다.
    사전에 충분하고도 치밀한 전략 없이 TV에 나와 유권자들 앞에 자신을 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자만심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국민의 마음에 얼마만큼 다가설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