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선거에 관한 출구조사는 ‘한나라당 고전(苦戰)’ ‘민주당 선전(善戰)’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 고전’은 웰빙 세력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오전에 투표장에 나가 보니 의외로 젊은 애들과 30대 부부들이 꽤 눈에 띠었다. 문자로, 트위터로 총력전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오후 1시 ~4시 사이에 젊은 애들이 꽤 몰려나왔던 것 같다. 사생결단을 할 줄 아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차이다.

    한명숙, 류시민, 송영길, 이광재, 김두관의 놀라운 역류(逆流)를 보자니, 우리 사회의 ‘대드는 기운’이 역시 만만찮게 느껴진다. 이에 비한다면, 오세훈, 안상수, 이계진, 이달곤의 모습은 생글 생글, 평범, 얌전, 기능주의적이다.

    류시민, 송영길, 이광재는 투사적이고 극적이고,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타입인 반면, 오세훈은 그저 미남 탈랜트 이미지 외에 뭐가 더 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고, 안상수는 송영길이 가진 카리스마가 없다. 그리고 이계진은 왕년의 운동권 이광재에 비해 너무 비(非)쟁취형, 무난(無難)형이다.

    한나라당은 대부분이 기능주의적 인간들이다. 재주는 있지만 철학과 사생관이 없는, 어찌 보면 얌체들이다. 공천할 때 그런 인물들을 ‘새 피’랍시고 발탁해서 갖다 앉혔다. 그들에게는 분노, 의협심, 투지, 신념, 싸움, 헌신, 희생, 소명의식이 없다. 그냥 책방도령이고 아담하고 출세지향적인 인간들일 뿐이다. 김문수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한나라당이 혼이 난 것은, 결코 그 반대쪽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소하기도 하다. 이 나라를 생각할 때는, 이른바 친북 세력도 문제지만, 한나라당 같은 ‘영혼 없는 인간들’도 문제다.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 당신들에게서는 도무지 피, 뜨거움, 고뇌, 비장미(悲壯美), 치열함, 눈물, 심장박동, 절규, 혼신(渾身)을 느낄 수 없어. 할 수 없이 표는 줄 경우라 해도, 결코 우정과 존경과 동지의식은 줄 수 없는 그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