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대역죄인(大逆罪人) ⑩ 

     「떡을 가져왔소.」
    면회를 마친 최정식이 감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떡보자기를 흔들어 보이며 말한다.
    그러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

    오후 4시, 최정식은 방금 최학주를 만난 것이다.
    최정식의 눈짓을 받은 서상대가 문 앞으로 다가가 문틈 사이로 밖을 경계했고 나는 최정식과 마주보며 앉았다. 떡보자기를 푸는 최정식의 손끝이 허둥거렸다.

    떡보자기가 풀리면서 흰 떡뭉치가 드러났다.
    위쪽의 떡뭉치 두쪽을 뜯어내자 곧 기름종이에 싼 물체가 보였다.
    내가 기름종이에 쌓여진 권총 두자루를 꺼냈다.
    박무익이 지니고 있던 권총을 본 적은 있었지만 손에 쥐기는 처음이다. 묵직했고 차겁다.

    손잡이를 쥔 내가 최정식에게 말했다. 
    「최형, 발포는 하지 마시오.」
    「걱정 마시게.」
    권총을 쥔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최정식이 말했다.

    감옥소 간수들은 모두 친절했다.
    내 연설을 들은 이들도 많아서 나를 죄인 취급을 하지 않는다.
    권총을 쥔 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나갑시다.」
    이미 여러 번 계획을 의논한 터라 둘은 따라 일어선다.
    최정식이 앞장을 섰고 서상대가 따르고 있다. 나는 뒤를 맡았다.

    방을 나간 최정식이 먼저 복도 끝에 서있는 간수에게로 달려갔다.
    「저리 비켜라!」

    놀란 간수가 눈을 크게 뜨고 권총을 보더니 더듬거렸다.
    「이보오, 지금 무슨 짓을...」
    「닥쳐라!」

    최정식이 간수를 밀어 젖히더니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간다.
    문 밖은 잡범들이 수용된 감방이 가로로 펼쳐져 있는데 항상 서너명의 간수가 감시를 했다.
    이곳만 빠져 나가면 감옥소 정문이 나온다.

    「아앗! 탈옥이다!」
    셋이 마당을 절반쯤 뛰어 건넜을 때였다.
    옆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으므로 내 머리칼이 곤두섰다.

    감방 그늘에서 간수 둘이 달려오고 있다.
    하나는 총검을 겨누었고 또 하나는 허리에 찬 칼을 빼려고 한다.

    그때 내가 소리쳤다.
    「거기 서게! 인명을 해치긴 싫네!」

    내 목소리가 큰데다 손에 쥐고 있는 권총을 본 둘은 우뚝 멈춰섰다.
    그 뒤쪽으로 다가오던 간수 둘도 걸음을 멈춘다.
    「고맙네! 우릴 놔두시게!」

    연설로 굵어진 내 목소리가 마당을 울린 순간이었다.
    「타앙!」

    천둥같은 총소리가 울렸으므로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앞장 선 최정식이 발포를 한 것이다. 최정식 앞쪽 감옥소 정문 앞에서 간수 하나가 문에 등을 붙이더니 주르르 주저 앉는다. 그 옆의 간수는 몸을 돌려 줄행랑을 놓았다.

    「저런!」
    내가 악을 쓰듯 소리쳤다. 그때 최정식에 이어서 서상대가 대문을 빠져나갔다.
    내가 달리는 걸음을 늦추면서 주저앉은 간수를 보았다.

    「괜찮소?」
    소리쳐 물었더니 간수가 손을 저었다. 그것이 빨리 가라는 표시 같았으므로 내가 달리면서 소리쳤다.
    「미안하오!」

    감옥 밖의 도로는 인적이 드물다. 이미 최정식과 서상대는 스무발짝도 더 넘게 떨어져 있다. 그때 내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어다.
    「미스터 리! 무슨 일이요?」

    몸을 돌린 나는 스트리플링을 보았다. 정장 차림의 스트리플링이 놀란 듯 눈을 치켜뜨고 서있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느낌을 받으면서 다시 몸을 돌려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