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대역죄인(大逆罪人) ⑦ 

     서상대(徐相大)는 사형을 언도 받았다가 15년으로 감형이 된 처지였는데 사연을 들으니 원통할 만 했다. 더구나 서상대에게 사형을 언도한 자가 바로 간신 조병식이었다.

    내가 탄핵을 했던 인물이어서 서상대와는 초면이었지만 금방 의기가 투합되었다.
    그리고 최정식은 나하고 같은 독립회원이며 매일신문을 창간한 동지인 것이다.

    다음날 밤, 소등이 되었지만 셋이 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일 때 내가 문득 말했다.
    「이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부시럭거리던 둘이 움직임을 멈췄고 어둠속에서 내가 말을 이었다.
    「난 탈옥을 하겠소. 두 분 생각은 어떠시오?」

    묻고 나서 내가 덧붙여 말했다.
    「내가 혼자 탈옥을 하면 남아있는 두 분께 누가 될 것 같습니다. 동조 안하신다면 내일 내가 다른 방으로 옮겨달라고 하지요.」

    그때 최정식이 묻는다.
    「아니, 자네는 곧 나간다는 소문이던데?」
    감옥 안의 소문은 무척 빠르다. 나와 강성형과의 대질 심문 내용이 이미 다 퍼져있을 것이다.

    내가 긴 숨을 뱉으며 대답했다.
    「아니오. 어려울 것 같소. 황제와 간신 무리들이 날 풀어주지 않을 것 같소. 일본 공사관에서도 나를 잡아 죽여서 만민공동회, 독립협회의 뿌리까지 죽일 작정이오.」
    「그럼 같이 탈옥 하자구.」

    최정식이 마치 이웃집에 놀러가자는 것처럼 가볍게 말했을 때 서상대가 헛기침부터 했다.
    「나도 동참하겠소.」
    그러자 우리 셋은 어둠속에서 일어나 앉았다.

    나는 이미 계획을 세워둔 터라 목소리를 죽이고 말했다.
    「나는 탈옥해서 바로 종로에 나가 만민공동회 회원들과 집회를 할 것이오.」
    「승만, 그것이 가능하겠나?」
    하고 최정식이 물었으므로 나는 결연히 대답했다.
    「계획이 있습니다.」

    나한테 자주 면회를 오는 주상호(周商鎬)(周時經의 본명)가 만민공동회 소식을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어둠속에서 눈의 흰창만 보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해체된 만민공동회, 독립협회를 부활시켜 다시 개혁의 불씨를 일으켜야겠소.」

    이번 박영효 거사 사건을 빌미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인 것이다.
    황제와 간신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개혁의 불씨 위에 물벼락을 쏟아버렸다.

    그때 최정식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탈옥을 한단 말인가? 맨손으로 수십 명이나 되는 간수들을 당해 낼 수가 있겠나?」
    「내가 권총을 구해올 것이오.」

    내가 대뜸 말하자 둘은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목소리를 낮춘 내가 말을 이었다.
    「석정을 구해 올테니까 각각 한정씩 쥐고 간수들을 위협해 빠져 나갑시다. 그러나 위협만 하고 절대로 상해를 입히면 안되오.」

    박무익에게 부탁하면 총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전달은 다른 사람을 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때 서상대가 길게 숨을 뱉으며 말했다.
    「간신배의 농간으로 갇혔으니 국법 따질 것 없소. 제 왕권만 지키려는 황제따위를 받들 필요도 없을 것이오.」

    황제를 모욕했다는 대불경(大不敬) 죄를 지은 최정식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이윽고 내가 다짐하듯 말했다.

    「내일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될 것 같소. 셋이 함께 있는 동안 힘을 합하면 일이 쉬워질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