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대역죄인(大逆罪人) ⑥ 

     「내가 당신과 모의를 했단 말입니까?」
    하고 내가 묻자 강성형이 머리를 들었다.
    수염이 덥수룩했고 눈의 흰창이 탁해져 있다.
    나보다 일찍 잡혀 고초를 많이 겪은 것 같다.

    강성형이 입을 열었다.
    「독립협회 회원 중에 공모를 한 사람을 대라고 고문을 합디다.」

    그리고는 강성형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서 명성이 높이 알려진 이형의 이름을 대었지요.」

    순간 어깨를 늘어뜨린 나는 외면했고 우리 앞에 앉아있던 경무사 이근용(李根鎔)이 헛기침을 했다.
    실망한 표정이다.

    「그럼 이승만씨하고 모의한 사실이 없단 말이오?」
    이근용이 묻자 강성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 처남한테 들었다는 말도 다 지어낸 것이오.」

    처남이란 지금 일본으로 도망가 있는 이규완을 말한다.
    이근용이 입맛을 다셨다. 일본에 있는 이규완을 잡아다가 확인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끌어내라.」

    이근용이 소리치자 뒤에 서있던 순검들이 다가왔다.
    의자에서 끌려 일어선 강성형이 나에게 말했다.
    「미안하게 되었소. 이형.」
    아니라고 하려다가 나는 외면하고 말았다.

    다시 감옥소로 돌아왔을 때 간수 하나가 다가와 말했다.
    「이승만씨, 면회요.」

    간수들은 모두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스트리플링은 물론이고 셔먼, 에비슨 등이 수시로 찾아온 덕분일 것이다.

    면회실로 들어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박무익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조카, 몸은 건강한가?」
    하고 불쑥 박무익이 물었으므로 나는 곧 눈치를 채었다.
    박무익은 내 숙부 행세를 하고 면회 신청을 한 것이다.

    「숙부, 이곳까지 찾아오시다니요.」
    내가 말을 받았을 때 따라 들어온 간수가 헛기침을 했다.

    「그럼 빨리 말씀 나누고 나오시오.」
    그리고는 간수가 방을 나갔으므로 면회실에는 둘이 남았다.

    그때 박무익이 웃음 띤 얼굴로 말한다.
    「내가 뇌물을 썼으니 들어오진 않을 것입니다.」
    「아니, 그런데 여긴 왠일입니까?」

    놀란 내가 앞쪽 자리에 앉으며 묻자 박무익이 목소리를 낮췄다.
    「기석이의 전갈을 말씀 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박무익이 서두르듯 말을 잇는다.
    「일본공사 가토가 이공을 풀어주지 말라고 황제께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겁니다.
    이시다가 기석이한테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일본 공사가?」

    내가 혼잣소리처럼 되물었을 때 박무익이 더 목소리를 낮춘다.
    「그렇소. 이시다는 직접 일본공사관의 요인한테서 들었답니다. 그리고.」

    길게 숨을 뱉은 박무익의 말이 이어졌다.
    「황제도 마침 이공을 죽이려고 하는 터라 내락을 받았다는 것이오.」
    「난 조금 전에 강성형과 대질 신문을 해서 무고함이 밝혀졌소. 경무사가 확인을 했단 말이오.」

    내가 기를 쓰듯 말했지만 박무익은 머리를 저었다.
    「황제와 주변의 무리들이 겨누고 있는 이상 빠져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박무익이 입을 다물었고 나도 눈만 치켜떴다.
    나는 근래에 들어 과격해졌다. 그러니 황제는 물론이고 내가 탄핵했던 대신들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일본측이 모르고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