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대역죄인(大逆罪人) ⑤

      체포된 후에야 나는 내 죄명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반역 음모에 가담한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주모자 중 하나인 강성형(姜盛馨)의 문초 중에 내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내용은 내가 이규완(李圭完)을 만나 타국에 몸을 의탁하는 것을 부탁했다는 것인데 강성형은 이규완의 매부였다. 즉 거사가 실패하면 타국에 몸을 의탁하도록 부탁했다는 뜻이다.

    나는 강성형과 일면식도 없었으며 이규완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승만, 난감하게 되었네.」
    서소문 감옥에서 만난 최정식(崔廷植)이 나에게 위로하듯 말했다.

    최정식은 작년 8월에 임금에 대한 불경죄로 잡혀왔는데 나하고는 꽤 인연이 길다.
    내가 배재학당을 졸업하고 매일신문을 창간했을 때 창간 동지였으며 독립협회 회원이기도 했다.
    성풍이 직선적이지만 뒤가 없다.

    감방 안에는 나와 최정식, 강원도 간성 군수로 있다가 들어온 서상대(徐相大)까지 셋이 앉아있다.
    서소문 감옥 안에서는 가장 좋은 온돌방이었으니 우리 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

    나보다 아홉 살 연상인 최정식이 말을 이었다.
    「내가 들으니 이번 역모에 걸린 자들은 모두 사형이라고 하네.」
    「난 역모를 꾀하지는 않았소.」
    쓴웃음을 지은 내가 말하고는 외면했다.

    문득 지난번에 독립협회 부회장이었던 이상재 등 17인이 체포되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체포자 명단에 끼지 않았던 것이 분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무고(巫告)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면서 잡아넣었다.

    그때 서상대가 뱉듯이 말한다.
    「나도 그렇소. 간신 조병식이 뇌물을 먹고 나를 잡아넣었소.」

    서상대에게 원한을 품은 중이 조병식에게 뇌물을 먹였다는 것이다.
    조병식이 법부 대신이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간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간수가 나를 보고 말했다.
    「이승만씨, 소필림(薛弼林)씨가 오셨소.」

    내가 일어서자 최정식이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네. 부탁 할 일이 있으면 잡혀왔을 때 바로 하는게 낫네.」

    면회실로 나온 나는 의자에 앉아있는 스트리플링(Strpling, A.B.)을 보았다.
    스트리플링은 조선 이름을 소필림으로 지은 경무청 고문관이다.
    미국공사 알렌이 내 안위를 걱정하여 직접 감옥에 찾아가 보도록 부탁한 것이다.

    스트리플링이 앞쪽 자리에 앉은 나를 웃음 띤 얼굴로 보았다.
    「리, 불편한 일 있습니까?」

    벽쪽에 간수가 서 있었지만 스트리플링이 거침없이 영어로 묻는다.
    영국인 스트리플링은 조선말에 능숙했고 법규도 다 안다.
    면회실 안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면 안되는 줄도 알고 경무청 고문 쯤 되면 임금 앞에서도 할말 다 할 수 있다는걸 아는 인간이다.

    내가 조선어로 말했다.
    「없습니다. 스트리플링씨.」

    그러자 다시 스트리플링이 영어로 말했다.
    「알렌 공사가 외부대신께 당신의 석방을 바라는 공문을 보냈으니 곧 이 더러운 곳을 나올 수가 있을겁니다. 당신이 나올 때까지 이곳에 자주 들러달라고 나한테도 부탁을 했단 말입니다.」
    「이렇게 자주 안오셔도 됩니다.」

    내가 다시 조선어로 말했을 때 스트리플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신이 미국인 일을 돕다가 잡혔기 때문이지요. 닥터 셔먼은 아펜젤라씨한테도 찾아가 부탁을 했답니다.」

    셔먼씨를 따라 나오지 않았다면 잡히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대우가 과분했다.

    무고하게 연루된 보상을 받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