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Lucy 이야기 ② 

    「테드, 당신 가족 이야기를 해줘.」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나는 문득 생각 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말했다.
    얼굴이 조금 간지러웠지만 호기심이 그것을 억눌렀다.
    스테이크를 썰던 테드가 머리를 들고 나를 보았다. 평온한 모습이다.

    테드가 물었다.
    「내 아버진 사업하신다고 말했지?」
    「그래, 들었어. 그런데 무슨 사업?」
    「건설회사야. 조그만해.」

    맞다. 심호흡을 한 내가 머리만 끄덕였고 테드가 말을 잇는다.
    「형이 아버지 일을 돕고 있지. 내 밑으로 여동생 하나, 둘 다 결혼 했어.」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스테이크를 입에 넣은 테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거야. 집에 사진이 있는데 경찰 제복을 입은 모습이 멋져.」
    「경찰이셨어?」
    「경찰서장이셨다더군.」
    「와아.」

    감탄한 척 내가 눈을 크게 떠 보였지만 테드는 끌려들지 않고 다시 스테이크를 입에 넣는다. 

    이 정도만 해도 확인이 되었다. 테드의 증조부는 김재석이 맞다.
    그리고 조부 김만기는 일본육사를 졸업한 헌병 지대장이었는데 테드는 대한민국 수립 후의 직책인 경찰서장이었다고만 한다. 숨기고 있는 것인가?

    그 때 테드가 말했다.
    「참, 내가 오늘 밤부터 대통령 조문소 관리 일을 맡아서 바빠. 모레 국민장 끝날 때까지 저길 지켜야 돼.」

    테드가 눈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시청 앞 광장이다. 그곳의 조문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내 표정을 본 테드가 달래는 듯한 웃음을 짓는다.

    「루시, 이건 일생에 한번 뿐인 영예야. 우리 단체에서 세명이 선택되었다구.」
    「축하해. 테드.」
    「내가 틈 나면 잠깐씩 들를테니까 이틀만 참아 줘.」
    「자기가 저 일 때문에 나까지 불러들였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고마워, 루시.」

    길게 숨을 뱉은 테드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나를 보았다. 그러나 눈빛은 강하다.
    「루시, 이승만의 수기 읽었어?」
    「그래 읽었어.」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테드의 시선을 받은 채로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테드한테는 보여주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 먹는다.

    테드가 다시 묻는다.
    「어때? 내용이?」
    「그저 그래.」

    해놓고 내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재미없어. 자긴 바쁠테니까 보지 마.」
    「일 끝나고 읽게 해줄래?」
    「그때 봐서.」

    「도대체 누가.」
    하면서 이맛살을 찌푸렸던 테드가 곧 마음을 고쳐먹은 듯이 쓴웃음을 짓는다.

    「어떤 미친놈이 이 상황에 난데없는 이승만 수기로 장난을 하는지 모르겠군.」
    「이승만이 그렇게 싫어?」

    정색한 내가 물었더니 테드가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눈빛은 강하다.
    「그 놈은 남북 분단의 원흉이야.」

    이미 들은 이야기여서 나는 시선만 주었고 테드의 말이 이어졌다.
    「독재자, 미국을 끌어들여 한반도를 미국 식민지로 만든 매국노. 그리고...」
    호흡을 가눈 테드가 이제는 자르듯 말했다.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에 친일파 청산을 하지 않아서 지금도 친일파가 득세한 세상이 되도록 만든 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