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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관광객 앞에서는 친절한 한국인으로, 한국인 앞에서는 일본에서 괴롭힘을 당한 재일교포로 행세하며 절도행각을 벌인 30대 남성이 쇠고랑을 찼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작년 9월 입국한 재일교포 하모(30)씨는 지난 3월부터 인터넷에서 '한류모임', '한일 문화교류' 등의 카페에 부지런히 가입했고 정기 모임을 꼬박꼬박 챙기면서 회원들과 친분을 쌓았다.
일본어가 능란한 그는 한류 카페에서 한국을 여행하려는 일본인들에게 흔쾌히 가이드를 자처했다.
지난 3월말 배낭여행차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 A(44)씨도 카페에 "서울을 잘 아시는 분은 정보를 공유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가 하씨를 만나게 됐다.
그러나 하씨는 종로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던 A씨가 잠시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현금 230만원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나 A씨에게 낭패감을 안겨줬다.
하씨는 일본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이 가입한 '한일문화교류' 사이트에서는 자신을 재일교포라고 소개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정기모임에서 하씨는 "일본에서 서러움을 많이 당했고 따돌림 때문에 자해도 했다"는 거짓말로 동정심을 사기도 했다.
몇 차례 모임에 나갔던 하씨는 얼마 뒤 동갑내기 강모씨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이튿날 강씨가 출근한 사이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동전 지갑까지 모두 훔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3월부터 한달간 7차례에 걸쳐 73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하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피해자들이 모두 배신감을 느꼈다. 모임에서 5만∼10만원씩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다른 경찰서에 여러 명의 고소장이 접수돼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