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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나는 가짜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이다. 진짜가 아닌 사람, 충동적이지만 운이 좋았고,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된 사람.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모든 가짜들에 대한 얘기를 쓸 것이다.” - 니시카와 미와

     ‘고맙습니다. 우리를 지켜준 당신의 거짓말’ 포스터 속 글귀가 가슴에 닿아 가라앉는다. 가짜 의사 이노와 그를 둘러싼 한 시골 마을의 풍경을 담아낸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매 작품마다 선가 악, 관계와 상처, 진실과 거짓, 인간의 모호한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다층적인 문제를 다룬다. 이번 ‘우리 의사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

    변변한 의료진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소외된 시골 마을.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사로 살아가던 이노. 그가 사라진 시골 마을은 마치 ‘영웅’ 혹은 ‘신’을 잃은 듯 또다시 신음한다.

    사람의 자질과 능력을 자격으로 확인 할 수 밖에 없는 모순된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낸 ‘우리 의사 선생님’은 현대사회에서 진짜와 가짜가 무엇인가에 대한 다른 생각과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관람한 뒤의 긴 여운. 21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감독과의 일문일답. 

  •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Q.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상을 받았다. 특히, 일본 아카데미에서는 10개 부분의 상을 휩쓸이 하기도 했다. 지난 월요일 츠루베씨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세 편의 영화로 모든 상을 휩쓸어 앞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라는 물음을 던지기. 소감이 어떤가?
    A.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특히, 유레루가 개봉된 후 상을 받았을 때는 아직 2편인데 너무 많은 평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품은 그 부담감 속에서 나온 영화다. 때론 영화감독으로서의 내가 가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 나를 붙잡아 준 사람이 있었다. 프로듀서 야스다씨.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분은 츠루베의 친구이기도 한데, 지난해 3월 뇌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그분을 위해서라도 더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 그 분께 바치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Q. 거짓과 진실. 영화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거짓’의 모습은 무엇인가?
    A. 사람들은 편안한 상태가 되거나 스트레스가 없으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나 갈등의 상황에 놓이거나, 어떤 욕심이 생기거나, 지키고 싶은 것들이 생겨날 때 거짓말을 하게 된다. 또한, 거짓말은 때때로 사람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기도 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따뜻한 선의의 거짓말을 반영하고 싶었다.

     Q. 영화 속에서 간호사와 이노가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런 지식이 없어 대처하지 못하는 이노를 본 간호사가 다른 사람들 몰래 그를 도와주고, 자신이 혼자가 됐을 때 바닥에 주저 앉는 장면. 이것이 마치 마을 사람들이 ‘가짜’인 이노를 ‘진짜’로 만들어 버리는 과정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장면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A. 이노는 의사로 위장했지만, 간호사는 프로였다. 그러나 실제로 대처하는데 있어서는 그 순가 간호사도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두렵고 떨리지만 동요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게 위장했다. 그리고, 그녀가 주저앉는 장면은 그런 긴장감을 안고 있다가 혼자가 된 순간 '팍‘하고 다리가 풀려버린 것이다. 그 장면은 사람은 누구나 위장해서 살아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면허가 있던 없건 모두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서.

    Q. ‘유레루’와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의 앤딩 음악 역시 인상적이었다. 음악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떤가?
    A. 고맙다(웃음). 이번 영화의 앤딩곡은 모알리듬이라는 밴드의 곡이다. 영화를 위해 만든 것은 아니고, 원래 밴드의 노래다 곡이다. 특히, 밴드의 리더는 내 첫 작품부터 쭉 같이 작업을 해 온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영화에서 음악만큼은 취향에 치우친다. 영상이나, 의상들의 경우는 내 취향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음악만큼은 고집을 부리는 편이다. 이번 앤딩 곡은 ‘웃음꽃’이라는 곡이다. 곡의 시작부분에 이런 가사가 있다. “내가 죽으면 재가 돼서 웃음꽃을 피우겠다”. 그 부분이 너무 좋았다. 행복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영화를 마치고 싶었는데 딱이라고 생각했다. 이노의 모습과도 닮았고. 음악은 매우 무서운 존재다. 잘못하면 영상을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취급주의물’ 같은 느낌으로 항상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원래 토리카이의 집에서 나와 이노가 펜라이트를 비출 때 어린아이가 친 피아노곡을 넣었었다. 너무나 달콤하고 잘 어울렸다. 그런데 결국 최종적으로는 뺐다. 너무 달콤해지면 복잡한 두 사람의 관계가 연예로만 치우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관객의 선택의 폭을 빼앗는 것이라 생각됐다. 

    Q. 주인공 ‘이노’ 역에 쇼후쿠테이 츠루베를 고집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노’는 원래부터 모든 매력을 갖고 있다는게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본인이 노력해서 사람의 신뢰를 얻기 보다, 자연스레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따르는 역할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이노’였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가진 배우가 아니면 안됐다. 섬세한 연기가 요구되는 중요한 역할이기에 프로 배우들과 역을 만들어 가는 것도 이상적인 작업이겠지만, 츠루베의 인간적인 매력이 ‘이노’에 딱 이라고 생각했다.

    Q. 지난 작품 ‘유레루’에 이어 카가와 테루유키를 또 다시 캐스팅 했다. 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그는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 연출가에 가까운 배우라고 표현하고 싶다. 연기자로서 배역에 대한 접근 뿐 아니라 작품 전체를 파악하고 냉정하게 분석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늘 감독이 원하는 것을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구축해 나간다. 또한, 상당한 연변가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나보다 작품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 물론 함께 팀으로 하는 작업이지만 감독은 배우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호흡한다. 그러나 그는 완전히 연출의 편에 선 동지같은 느낌이다.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그가 현장에 있으면 매우 든든해 진다.

     Q. ‘유레루’에서는 오다기리 죠와 이번 영화에서는 에이타와 함께 작업을 했다. 둘 다 한국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어떤 배우인가? 또, 다른 이미지의 두 사람 중 감독의 이상형에 더 가까운 사람은 누구인가?

  •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 니시카와 미와 감독 ⓒ 김상엽 기자

    A. 두 사람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가 인기를 보는 안목이 있는게 아닐까?(웃음) 기본적으로 둘 다 매우 성실한 배우들이다. 오다기리 죠의 경우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다. 또, 에이타는 연기자로서의 자신에 대해 굉장히 성실하고 적극적인 배우다. 특히, 에이타는 본래 성격이 진지하고 과묵한 타입인데, 이번 영화 속에서는 조금 가벼운 타입으로 나와서 실제 모습과의 차이가 극명했다. 그리고, 아쉽지만 둘 다 내 타입은 아니다. 이유는 너무 잘생겨서. 난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일, 잘생긴 사람을 좋아했다면 함께 일을 하지 못했을 거다.

     Q. 마을 사람들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실제 마을 사람들인 듯한 느낌이었다.
    A. 엑스트라들은 실제 마을 사람들이었고, 대사가 있는 이들은 배우였다. 마을 사람들을 실제로 캐스팅한 이유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은 정말 리얼하기 때문이다. 만일, 모두가 배우였다면 마을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붕 떠있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 캐스팅에 오디션을 굉장히 엄격하게 봤다. 그런데 나중에는 마을 사람들이 너무 완벽해서 몇 가지 에피소드들도 생겨났다. 의상 담당이 배우가 아닌 엑스트라에게 의상을 주기도 하고, 촬영이 끝나고 엑스트라들에게 옷을 갈아입으려고 말하려니 다들 이미 익숙해져서 완벽히 촬영 준비를 마치고 있기도 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Q. 감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디인가?
    A. 도리카이 부인과 이노가 함께하는 장면이다. 이노가 신문을 보면서 그녀의 곁에 앉아 있고 그녀가 링거를 맞고 누운채 라쿠보를 듣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장면은 아니지만, 마음에 꼭 들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가장 잘 표현된 부분이라 생각한다.

    Q. 촬영을 할 때 어느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나?
    A 나는 모든 부분에 신경 쓴다. 구체적으로는 많은데 컷이나 앵글도 중요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낸 장면을 완벽에 가깝게 만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촬영은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집단이 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받아도 되도록 임하는 것이다. 또한, 모두 프로이기 때문에 그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만들고 싶다.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는 공기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에는 츠루베씨가 있어서 긴장감과 웃음, 집중과 즐거움의 밸런스가 잘 맞았다.

    Q. '공기인형‘ 고레에다 감독과 인연이 깊다. 자주 연락 하나?
    A. 이제는 감독의 작품에 조감독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좋은 인연은 계속 되고 있다.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면서 요즘 관심있는 거라든지 영화에서 좋았던 부분 나쁜 부분들을 서로 나눈다. 나는 감독을 스승으로 생각하는데 감독은 자꾸 날 친구라고 부른다. 그렇게 친구가 없나?(웃음) 연출가끼리 친하게 지내는 일이 흔치 않다. 더 특별한 관계라는 느낌. 예리한 사람이다. 허점을 지적해주고 서로 조언한다. 정말 소중한 존재다. 나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Q. 일본 영화계에서 젊은 여성 감독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힘든 점은 없나?
    A. 여성감독의 힘든 점은 바로 이런 프로모션 활동이다. 옷이라던가 화장든 외모에 대해 신경쓰인다. 배급사측은 젊은여성 감독이라는 희소성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 하는데 헝클어진 모습으로 나오면 보는이가 불쾌하기 때문에 안된다. 최대한으로 예쁘게 보여서 부가가치에 부응하려 노력한다. 남자감독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Q. 다음 작품 준비는?
    A. 이제 막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갔다. 새로운 소재로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현재 리서치를 시작했고, 이번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 거다.

    Q.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한 말씀.
    A. 한국에 와보니 나의 작품을 기다리는 팬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접하면서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힘을 얻었고, 의욕적이 된 느낌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