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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시 서소문청사 입구 맞은편 덕수궁 돌담길에서 확성기가 울린다. 점심 뒤 돌담길을 산책하던 시민들의 발걸음도 멈췄다.
150여명의 노인들이 확성기를 잡고 돌담길 한복판에 섰기 때문. 이들은 나무 사이에 노란색 플래카드를 걸었고 어깨띠도 둘렀다. 이들은 곧바로 "뉴타운 반대"를 외쳤다. 참가자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고령이라 시위 20여분만에 힘에 부쳤는지 주변의 벤치를 찾아 앉았다. 잠시 뒤 다시 일어나 "뉴타운 반대"를 외쳤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종로구 창신·숭인동 주민들이다. 서울 도심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창신·숭인동은 2007년 4월 30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고, 이달 29일까지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미 지난달 24일 종로구청에서 주민 공청회도 열었고, 서울시도 밑그림은 다 그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공청회부터 무효라고 한다. 구청에서 주민들의 반대를 우려해 용역을 동원해 공청회를 강행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창신동에 거주하는 정태선(여·64)씨는 "한 사람당 13만원씩 주고 용역을 썼다"고 말했고, 손용표(63.남·창신동)씨는 "깡패들한테 맞아서 다리가 까지고 어깨도 안 좋아 병원에서 진단서까지 받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플래카드에도 '용역깡패 동원한 구청 공무원 처벌하라'라고 썼다. 공청회 결과도 잘못 보고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손씨는 "공청회에 800여명의 주민이 참석했는데 찬성하는 주민은 50명도 안됐다"며 "그런데 결과 보고서에는 찬반의견이 반반이라고 올렸다"고 개탄했다.
이들을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보상금'이다. 시의 원주민 보상액이 평당 25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손씨는 "시세 3억5000만원 하는 30평형 집을 갖고 있는데 공시지가는 8900만원이다. 시는 여기에 10~20%를 더 얹어주겠다는 것인데 나중에 평당 2000만원씩 할 아파트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냐"며 "그냥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도 "보상액이 평당 250만원에서 500만원 밖에 안 된다"며 "그 돈 받아서 어떻게 집을 구하고 살 수 있겠냐"고 소리쳤다. 경찰들이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해산을 요구하자 이들은 어깨띠를 벗고 "두 사람만 오세훈 시장을 면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들은 "뭐가 무서워 못 만나주냐" "오세훈 쩨쩨하다" 등의 비판을 쏟았다. 이들은 오는 9일 다시 남산의 균형발전본부 앞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다.
이들의 비판에 시도 답답하다. 시 균형발전본부는 이들이 해산한 뒤 곧바로 3시간가량 회의를 열었다. 이달 말까지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 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시 뉴타운사업팀 관계자 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여건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 지역은 고지대라 다른 뉴타운에 비해 열악하다"며 "개발할 수 있는 서울의 마지막 동네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면 개발은 할 수 없다. 주민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다는 지적에 그는 "고질적인 병"이라면서도 "이 지역은 다른 뉴타운에 비해 소형주택을 많이 계획하고 반영할 것"이라며 "비율도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봉제업체들의 재정착을 위해 동대문 패션타운과 가까운 곳에 봉제공장 부지를 만들어 현 시가대로 임대를 하는 등 여러 인센티브가 제공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계획은 뉴타운 계획 중 최초"라고 강조했다.
보상액이 턱없이 낮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보상액 결정은 나중에 이뤄질 것"이라며 "요즘은 시세에 가깝게 반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도 뉴타운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면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 텐데 뉴타운 발표 뒤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