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한 술이 넘치는 미국 대학의 사교파티(Frat Party) 과정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술을 많이 마신 여학생에게 있을까 아니면 당연히 상대 남학생에게 있을까?
    미국의 한 남학생이 이 문제에 대해 학보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여학생이 자초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주장하고 나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미 ABC방송에 따르면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학(AU)의 학보 '독수리(Eagle)'는 최근 '사교파티 중 여성이 데이트 상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면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학생의 칼럼을 게재했다.
    정치학 전공인 알렉스 네퍼(20)는 칼럼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사교파티에 익명으로 참석한 여성이 독한 술(Jungle Juice) 5잔을 마신 뒤 남학생의 방으로 갔다면 이 여성은 관계를 원한다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썼다.
    네퍼는 이어 "다음날 아침 술에서 깨어 성폭행을 당했다며 뒤늦게 후회하는 것은 누군가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고 나서는 사실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내용의 칼럼이 학보 웹사이트에 오르자 '순진한 얼굴을 한 모습의 매우 불쾌한 주장'이라거나 많은 남.여학생들에게 모욕을 주는 일이라는 비판 위주의 댓글 약 300건이 잇따랐다.
    또 편집자에게는 항의 서한이 쏟아졌고 일부 학생들은 학보를 수거해 학보사 사무실 문 앞에 쌓아놓는데 그치지 않고 집회를 열고 직접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학보사 측은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학생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프린스턴 대학에서도 지난 2월 한 여학생이 "스스로를 특정 상황에 놓이게 하면 항상 결과가 있기 마련"이라며 "우연히 만나서 이뤄지는 관계는 성폭행은 아니며, (성폭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무책임한 행위를 숨기기 위해 애쓰는 것일뿐"이라는 유사한 주제의 칼럼을 써 논란이 된 바 있다.
    이같은 문제의 중심에는 '동의' 여부가 놓여있지만 이마저도 양자의 인식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만큼 똑부러지게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다.
    또 여대생 성폭행 사건의 75% 이상에서 가해자든 피해자든, 혹은 둘 모두에게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음주가 개입돼 있다는 미 법무부 통계도 있다.
    성폭력방지 단체인 RAINN에 따르면 미국에서 평생 여성 6명 중 1명은 성폭력을 경험하며, 특히 여대생의 경우 다른 이들에 비해 성폭력 피해자가 될 확률이 4배 이상이나 된다.
    또 성폭행을 당한 여대생 중 약 90%는 통상 동급생이나 친구, 남자친구, 혹은 다른 지인들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보고서가 있지만 신고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더욱이 가해자 대부분은 자신의 행위를 성폭행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RAINN의 대변인 캐서린 헐은 "술을 마신다거나 짧은 옷을 입었다고 해서 서로 관계를 갖자는 데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논란을 부른 네퍼는 우선 남자들이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하지만 "여자들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거나 어리석은 일을 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