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함 한척이 1초 사이에 꽝 하고 두 동강 나면서 대한민국이 눈 깜짝 할 사이에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국, 원전 수출국에서 비류직하 3천척(飛流直下三千尺)으로 떨어졌다. 이것이 만약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그 충격을 가한 측이야말로 엄청난 성과를 이룩한 꼴이다. 대한민국을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자중지난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특이증상은 없었다, (그러니 이것은 우리 내부 탓이다?), 군(軍)이 초동단계에서 잘못했다, 진상을 은폐해선 안 된다(모 야당 대표)...” 이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충격을 가한 ‘얼굴 없는 괴물’은 말할 것이다. “붙어라, 붙어, 싯!” 이런 부채질과 내홍(內訌)은 원인이 규명되지 않을 수록 더 잘 먹힐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선 군과 정부가 생떼 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나쁜 사람들’ 취급을 받는 처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죄하고 총사퇴 하라” 하는 공세가 있을지 누가 아는가? 일부 미디어, 일부 종교인, 공작 세력, 일부 자칭 지식인들이 벼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종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반전(反戰) 반군(反軍) 운운 하는 촛불이 등장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천안함에 충격을 가한 ‘얼굴 없는 괴물’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자알 돼가는군”

     모든 것은 함선을 인양해서 조사를 해봐야 겨우 알듯 말듯 할 것이라는데, 그게 1~2개월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혼줄이 빠질 시간적 여유는 너무나 넘고도 처진다는 이야기다. 미디어들은 이미 예봉을 군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하고, 사고발생에 대한 첫 발표가 어떻고...

     당국의 대처에 완벽함이 결여됐을 가능성은 물론 얼마든지 있다. 이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이 모든 게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 할 경우 그것은 우리가 ‘얼굴 없는 괴물’에 한껏 놀아나는 꼴밖엔 안 될 것이다. 만약에 그것이 정말로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면 말이다.

     아무리 낡은 함선이라 해도 동체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려면 어떤 원인이 있을 수 있는가? 한 마디로 엄청난 힘이 가해져야 한다. 그러나 외부의 특이증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함선 내부에 그런 힘이? 배 안에 그런 힘이 있었나? 정말 있었나? 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답해야 한다. "외부의 특이증상이 없었다"고 말하니 묻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증상 드러냄 없이 가해오는 외부 충격은 없는지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