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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회원권을 이용해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데 대해 한 전 총리가 이를 부인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은 24일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친분을 유지해 왔다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사항에 관한 내용"이라며 한 전 총리가 제주에 있는 곽씨의 골프 빌리지를 28일간 공짜로 사용하고 그의 회원권으로 골프를 치거나 비용을 일부 대납시킨 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자료는 한 전 총리가 곽씨로부터 별 부담없이 돈을 받을 만큼 `각별한'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정황증거가 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는 "한명숙에게 골프채를 선물한다고 해서 2천만원을 (곽씨에게) 가져갔다"(대한통운 전직 간부), "휴가 때 제부(弟夫)와 골프를 쳤다는 얘기를 들었다"(수행과장 강모씨)는 여타 증인들의 진술과도 방향이 일치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자신은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곽씨로부터 골프채를 받지도 않았고, 곽씨를 '사업을 잘하는 기업인'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말해온 한 전 총리 주장의 신뢰도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킨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5만달러를 받지 않았다"는 한 전 총리의 주장 또한 근본적으로 `거짓'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골프 빌리지를 이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동생 부부가 라운드할 때 함께 따라다닌 적은 있지만 골프를 직접 치진 않았고 골프 비용도 다 치렀기 때문에 대납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당초의 입장을 계속 유지한 것인데, 이제 관심의 초점은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에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빌려서 동생 부부와 함께 라운딩을 했고, 비용을 곽 전 사장이 일부 대납했다는 골프장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이 조만간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한 전 총리의 변호인들은 "검찰은 피고인들이 2006년 돈을 주고받을 때까지의 친분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며 "검찰이 제시한 내용은 한 전 총리의 공소사실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한 전 총리의 2008∼2009년 골프장 이용 사실은 곽씨가 2006년 12월20일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는 기소 사실과는 무관한 내용이라는 것인데, 이는 검찰의 자료를 증거로 신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방으로 이어졌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3(공판준비기일 종결의 효과) 조항에는 형사재판 전에 쟁점의 정리를 위해 이뤄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청하지 못한 증거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재판기일에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소송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않는 때', '중대한 과실 없이 공판준비기일에 제출하지 못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때'에 해당해야 예외가 인정된다.
검찰은 "기소한 이후에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공판준비기일에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사유가 충분히 있다. 소송의 빠른 진행이나 절차도 중요하지만 실체적 진실도 중요하다"라며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재판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증거라고 제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청하지 못한 증거인 만큼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한 전 총리와 곽씨의 친분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증거를 놓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보여온 가운데 검찰이 상황을 반전시킬 `회심의 카드'를 내놓은 만큼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를 놓고 재판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