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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검찰,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검증을 했다.
총리공관에서 현장검증이 열린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20일 공관 본관 1층 식당에서 오찬을 하고 곽씨에게서 5만달러를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집중했지만, 변호인은 오찬장의 전반적인 상황이 돈을 주고받기에 부적절했다는 주장을 부각하느라 온힘을 쏟았다.
곽씨는 핵심 쟁점인 5만달러 전달 여부를 놓고 시행한 재연에서 “테이블 방향으로 해서 (두 개의 봉투가) 겹치지 않게 뒀다”며 돈을 의자에 두고 나왔음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참석자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섰고) 한 전 총리가 좀 늦게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으며 “어느 정도 차이가 났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정확하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검찰이 대역을 이용해 의자 위에 놓인 봉투를 오찬장에 있는 서랍장에 넣고 나가는 장면을 재연하자 한 전 총리는 “나는 저 서랍을 쓴 적도 없다”고 말했다.
양측은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먼저 오찬장을 나서고 한 전 총리가 맨 뒤에 나왔다면 그 시간차가 다른 사람 모르게 돈봉투를 서랍장에 넣을 수 있는 정도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검찰 재연에 따르더라도 총리가 돈을 챙기고 나서 현관까지 나가려면 제일 먼저 나간 참석자보다 13초가량이 더 걸린다”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 뒤 5초면 총리 수행과장이 오찬장 문 앞에 오게 되므로 남몰래 돈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곽씨의 진술대로 한 전 총리가 남모르게 돈을 챙길 여유가 있음이 재연에서 확인됐다”며 “총리 수행과장도 다른 참석자들이 나가고 있는 오찬장 문 옆에 와 있는 것이지 오찬장 안에 들어오는게 아니므로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인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재판부는 경호팀장 최모씨에게 오찬이 끝날 무렵 대기하는 장면을 재연하라고 주문했고 최씨는 “오찬 도중에는 현관 옆 부속실에 고정대기하다가 참석자들이 현관 앞으로 나오면 앞장서서 현관문으로 안내하며 오찬장 부근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애초 한 시간 내외로 예상됐던 검증은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과 반복된 상황재연, 공관 내부의 거리 측정 등으로 말미암아 3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종료됐다.
공관 측은 검찰의 요청으로 현재 집무실로 사용되는 공간에 원형 탁자와 의자, 드레스룸과 장식장, TV와 TV 받침대, 에어컨 등을 배치해 당시 오찬장과 같이 복원했다.
재판부는 이날 현장검증 결과를 검토하고서 24일에는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 26일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증인으로 신문하고 31일에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