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리랑미술관 캄(KAHM)이 최근 문을 열었다.
    LA 북부 웨스트레이크에 자리를 잡은 이 사립미술관 캄(KAHM)은 ‘Kimjung Arirang Halliday Museum’의 줄임말.

  • ▲ 김정 화백 ⓒ 뉴데일리
    ▲ 김정 화백 ⓒ 뉴데일리

    관장은 올해 63세의 여성, 할리데이 박사로 산타모니카대학 경제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가 왜 미술관을 열게 됐을까? 그리고 미술관 이름 속의 김정이란 한국 이름이며 아리랑은 또 무슨 연유에서 사용한 것일까? 미국에서 한국인 이름을 딴 미술관이 생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얘기는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공군 장교로 복무하던 할리데이 교수의 남편은 이 해 주한 미공군 근무를 명받는다.
    남편과 함께 찾은 할리데이 교수에게 한국은 신비로운 마법의 나라였다.
    인사동에서 만나는 한국의 전통은 낯선 만큼 흥미로웠고, 깊은 역사가 배어있는 문명은 한없이 경이롭기만 했다.
    한국의 민예품이며 미술품을 수집하며 할리데이 교수는 점점 한국 문화에 빠지게 됐다.
    1983년 남편이 한국기지 임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한국과 한국문화를 못 잊어하던 할리데이 교수에게 ‘아리랑’의 화가 김정 화백이 2008년 10월 4~10일 시카고에서 ‘시카고 아리랑전’을 연다는 소식이 들렸다.
    40년 가까이 아리랑을 테마로 회화작업을 해온 원로화가 김정 화백의 작품을 평소 좋아하던 할리데이 교수였다. 김 화백의 작품도 몇 점 소장하고 있던 그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김 화백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카고 전시를 마치면 LA에 들러달라는 내용이었다.

    진심이 담긴 초청이었던 때문일까?
    김정 화백은 얼굴도 모르는 미국 교수의 초청에 흔쾌히 응해 LA로 날아왔다.
    할리데이 교수의 집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김정 화백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집 곳곳에 장식된 징 등 한국 악기며 그림들을 통해 굳이 묻지 않아도 이들 부부의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변호사인 부부의 딸들도 한국 음악에 심취하고 김치를 즐기는 ‘한국 문화에 매료된 가정’이었다.
    김 화백은 한국 문화를 전시하는 작은 미술관을 꾸미고 싶다는 이들 부부의 소망을 듣고 선뜻 자신의 작품 38점을 이듬해인 2009년 가을 기증했다. 아리랑을 포함해 한국의 소나무, 농악, 장고 등 악기를 이미지화한 작품들이었다.

    1년 남짓한 개관 준비를 거쳐 문을 연 캄 미술관은 앞으로 ‘캘리포니아의 한국 관문’으로 발전시켜, 한인 2세는 물론 LA를 찾는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 김정 화백과 할리데이 교수가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다. ⓒ 뉴데일리
    ▲ 김정 화백과 할리데이 교수가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다.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