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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의 현장검증이 실시됐다. 그러나 김길태는 숨진 이양의 집에 침입, 납치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대부분의 범행에 대해 경찰의 재연요구를 거부해 경찰이 대신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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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길태 대신 대역을 맡은 경찰이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현장검증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 단축된 오전 10시부터 12시 반까지 진행됐다. 이양의 집과 성폭행 및 살해현장으로 꼽힌 무속인 집, 이양의 시신을 옮겼던 빈집, 시신 유기한 물탱크 주변, 김길태의 옥탑방, 검거장소 등 총 6곳에서 실시됐다.
김길태는 경찰이 이양의 집에 어떻게 침입, 납치했느냐고 묻자, “모르겠다”고만 짤막하게 답한 뒤, 이양의 옷차림을 한 마네킹을 두고 범행을 재연해보라는 경찰의 요구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또한 경찰이 이양 집 화장실 등에서 발견한 김길태의 족적을 제시하자 “들어올 리가 없는데 증거 있다고 하니 할 말 없다. 이 자체(현장검증)도 솔직히 이해가 안된다”고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김길태는 이양을 성폭행, 살해 한 뒤 시신을 유기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무속의 집에서 실시된 비공개 현장검증에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내가 한 행동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내가 한 게 맞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바꿨다. 이어 살해 혐의도 “성폭행하면서 입을 막아 죽인 것 같다. 고의로 한 것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
- ▲ 김길태가 숨진 이양을 모습을 한 마네킹과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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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길태 보자" 구름떼처럼 시민들이 현장검증에 몰렸다 ⓒ 연합뉴스
김길태는 경찰 조사과정에서는 시신유기, 은폐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으나 다시 한 번 재연을 거부해 경찰이 대신해야 했다. 반면 담벼락 밑에 이 양의 팬티를 버리는 장면은 태연하게 재연한 뒤 체포 당시 상황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경찰은 계속해서 김길태가 이양을 납치 및 살해한 혐의 물증을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김길태가 지난해 12월 이 양이 다니던 초등학교 화장실에 침입,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여죄를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길태의 현장검증을 주변 일대에서 지켜보던 500여명의 주민들은 그의 뻔뻔함과 무덤덤한 모습에 욕을 내뱉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