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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최근 잇따른 한국인 대상 테러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 전역을 여행유의 지역으로 지정하자 러시아 당국이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수교 20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자칫 좋지 않은 파장을 남길 가능성이 우려되며, 양국 당국간 사태 수습 노력 등이 주목된다.
러시아 외무부 공보국은 12일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의 여행유의 지역 지정은 `정당하지 않은(not justified)' 결정"이라고 밝혔다.
공보국은 또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범인들이 붙잡혀 엄히 처벌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일부 러시아 언론매체는 "한국 정부가 주한 러시아 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 데 이어 여행 주의 조처까지 취해 양국 간 스캔들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불가피한 조치로 러시아 측의 이해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 지역에 대한 한시적인 여행유의 지정은 우리 유학생에 대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 확보 차원에서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러시아 측이 그러한 점을 이해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5일 단기 연수생 집단 구타 사망 사건에 이어 지난 7일 유학생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11일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 전역을 5월31일까지 여행 경보 1단계인 여행유의 지역으로 지정했다.
외교부는 4월20일 히틀러 생일 등을 전후해 외국인 혐오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커 여행객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취한 것이며 "조치의 실효성과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 교민사회의 반응 등을 검토하고 러시아 외교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러시아 당국의 이번 성명으로 외교부가 상당한 외교적 위험이 있는 조치를 하면서 러시아 측과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가 올해 한.러 수교 20주년 행사와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외교부는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주러 한국대사관의 의견은 구했으나 주러 한국대사관이 러시아 당국과 사전에 논의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여행경보 지정은 우리의 주권 사항으로 상대국과 사전 협의할 사안은 아니지만 수교 2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를 고려해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사전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행유의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미국과 중국 전역에도 내려졌던 조치로 신변안전에 유의를 당부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경보 단계"라고 말했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러시아 정부와 언론이 이번 조치를 마치 우리 국민에게 러시아를 가지 말라고 한 것으로 오해하는 듯 보인다"며 이번 조치의 진의를 러시아 측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정치학자 블라디미르 르셴코는 12일 인터넷 매체 가제타루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로 인한 외교적 스캔들에도 양국 관계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양국 관계는 언제나 좋았지만, 이번에는 한국 국민이 러시아에서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것에 한국인들이 화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