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여중생 납치 및 살해사건의 피의자 김길태가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범들이 체포된 뒤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면 범행사실을 자백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경찰은 김길태가 과거 두차례 범행에 대해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며 혐의 인정에 강한 자심감을 보이고 있다.

    11일 부산 사상경찰서 수사본부는 “김 씨는 10일 오후 5시부터 오전 1시까지 별관 3층 진술녹화실에서 수사관 5명에게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양에 대해 물으면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증거를 보여도 “법대로 하라”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 ▲ 체포 뒤 압송당하는 김길태 ⓒ 연합뉴스
    ▲ 체포 뒤 압송당하는 김길태 ⓒ 연합뉴스

    김길태는 검거 당일인 10일 경찰서에 압송되는 과정에서도 ‘이모 양을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고개를 가로지었다. ‘왜 그동안 도망 다녔느냐’는 질문에 “그 전에 한 일(1월 부산 사상구에서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 때문에 도망다녔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김길태가 배짱을 튕기는 이유는 ‘강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두 차례에 걸쳐 11년 간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몸으로 체득한 결과, 범행을 부인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경찰은 김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 이 양 몸속에서 김길태의 DNA가 검출되는 등 증거가 확실한 만큼 과거처럼 구속영장 발부에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 외에도 이 양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세대주택 내의 족적이 김길태와 일치하고 또 옆 빈집에서 발견된 라면봉지와 화장실 변기 등에서도 김길태의 지문이 발견됐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도주하다 잡힌 범인들은 범행 부인을 하기 마련”이라며 “충분한 증거물과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며 혐의 인정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김길태가 검거될 당시 소지하고 있던 물품 중 십자형 드라이버, 비닐장갑 등이 발견돼 도피기간 추가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