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두순사건에 이어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솟구치면서 성폭력 대책에 뒷짐을 져 온 정치권이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여야는 9일 ‘전자발찌법’ 소급적용 마련 등 앞 다퉈 성폭력 대책을 강구하며 국회 계류 중인 20여개의 주요 성폭력 대책 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계류 중인 성폭력 대책법안 뭐가 있나

    국회가 비난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이유는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그 때 그 때 “대책강구”만 외쳤을 뿐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조두순 사건 확정판결 이후 정부와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성폭력 관련 법안은 20여건에 이른다. 여론이 들끓으면서 경쟁적으로 법안 도입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들 법안은 아직까지 처리하지 못한 채 계류 상태로 방치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됐거나 계류 중인 법안 중 눈에 띄는 것은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제출한 ‘화학적 거세치료 도입’을 주요골자로 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습적 성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을 가진 성도착증 환자에게 주기적으로 화학적 호르몬을 투입해 일정기간 성적 욕구를 감소시키자는 것인데, 인권침해 논란이 있어 이번 국회에서 통과여부가 가장 주목된다.

    같은 당 이정선 의원과 강명순 의원도 아동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강화하고 성범죄 예방교육 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등의 법안을 제출했고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일명 전자발찌법) 개정안을, 지난 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전자발찌법’은 강력 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종전 10년 이내에서 30년 이내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부착 기간의 하한은 1년이지만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범죄는 하한 기간을 2배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도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성년(만 20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키고, DNA 등의 확실한 화학적 증거가 있다면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여야, 3월 전자발찌 소급적용 추진키로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사건을 계기로 여야는 3월 임시국회를 열어 법사위 등에 계류 중인 아동성폭력 관련 법안을 우선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민주당이 요구한 3월 임시국회가 방탄국회의 성격이 강한 만큼,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했던 입장을 뜻하지 않게 바꾸게 됐다.

    특히 전자발찌 착용을 과거 성범죄자에게도 소급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아침에 정책위 전체회의를 열고 성폭력방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전자발찌의 제한적 소급적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은 아동성폭력특위에서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입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정책위의장은 법무부와 당정회의를 열고 전자발찌법 소급적용 문제를 매듭져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상습 범죄자이지만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에 만기 출소해 관리대상이 아니었는데 소급적용 문제가 시급하다”며 “이 문제를 3월 국회에서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폭력법이 20여건 발의됐지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법사위를 조속히 정상화해 관련 법안들을 3월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희 의원은 “작년 9월 조두순 사건이 알려지고 정부와 정치권 모두 대책을 촉구해 민주당은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 법안을 제출했고 논의하려 했지만 한나라당에서 형량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해놓고 법안 제출을 하지 않아 우리가 제출한 법조차도 논의하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최 의원은 또 “작년 연말 성 폭력 관련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도 했지만 많은 부분이 배제됐다”면서 “3월 국회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한편 정치권과 별도로 검찰에서도 전자발찌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법 개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