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벗겼는데 모자이크가 웬말?"

    벗겨도 논란, 가려도 논란이다. 시청률 30% 대를 달리며 수목드라마 '지존'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KBS 드라마 '추노'가 노출 딜레마에 빠졌다.

    27일 방송된 7회 분에서 상반신과 깊게 패인 가슴골을 드러낸 이다해가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 돼 방송에 나오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사진).

    ◇시청자 요구에 '모자이크'…"왜 가리냐" 항의 빗발쳐 = 제작진은 "사전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 이야기 전개 상 반드시 필요한 장면에선 부득이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시청자들은 "애당초 모자이크 처리를 할 거면 노출신을 찍지 말던가,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태에서 인위적인 모자이크 장면이 등장해 도저히 몰입이 안됐다"며 볼멘 소리를 남기고 있다.

  • ▲ ⓒ KBS 방송 캡처
    ▲ ⓒ KBS 방송 캡처

    한 시청자는 게시판을 통해 "전날 예고편에선 원본 그대로 나왔던 장면이 정작 당일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 돼 황당했다"며 "이렇게 방송할 작정이었으면 예고편도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청자 역시 '노출신 예고'로 시청을 유도한 뒤 본 방에선 '민감한 부위'를 살짝 가려 방송 심의나 시청자들의 비난 세례를 피하려는 술수를 썼다고 제작진을 강하게 비난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이대길(장혁 분)의 칼을 맞은 혜원(이다해 분)을 데리고 산 속으로 피신한 송태하(오지호 분)는 혜원의 상태가 악화되자 인근에서 약초를 캔 뒤 잠시 망설이다 혜원의 상의를 벗기고 손수 치료를 하는 정성을 보였다. 문제는 훤히 드러난 이다해의 속살 중 가슴 부위가 도드라져 보이자 제작진이 '주요 부위'를 모자이크로 가리는 편집을 한 것.

    ◇예고편으로 '분위기' 띄우고, 본방에선 모자이크 = 사실 제작진은 지난 21일 방송 직후 7회 예고편을 내보내는 장면에서 이다해의 강도 높은 상반신 노출을 선보인 바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예고편이 끝나자 마자 해당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달려가 "온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하기엔 부담스러운 장면"이라며 노출 장면을 삭제할 것을 KBS 측에 요구했었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이같은 항의를 인지, 고심을 거듭하던 제작진은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라 삭제할 수는 없고 그대로 나간다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추노는 사전 녹화된 부분이 많아 제작진으로서도 부분 편집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초 기획의도와는 달리 스토리와 전혀 무관한 지엽적인 부분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에 대해 제작진 역시 적잖게 놀라는 눈치. 한 제작 관계자는 "그대로 방송을 내보내도 문제고, 이번처럼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논란이 되고 있어 딜레마"라면서 "사전 제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의견 반영이 쉽진 않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를 통해 최대한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작 관계자는 "혹시 드라마에 노출신이 재현되기를 기대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나 앞으론 이같은 노출 장면을 없을 것"이라며 여름에 찍은 녹화 분을 모두 소화하면 배우들의 몸이 드러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 ▲ ⓒ KBS 방송 캡처
    ▲ ⓒ KBS 방송 캡처

    ◇'길바닥 사극' 리얼리티 위해 해학적 요소 삽입 =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노비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추노는 이른바 '길바닥 사극'을 표방한 작품답게 배우들의 노출이 잦고 언행 또한 직설적인 게 특징이다. 거의 헐벗다시피(?) 한 배우들의 의상 역시 당시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고충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일각에선 "추노에서 다소 낯뜨거운 장면과 대사들이 등장하곤 하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노비들이 체면과 격식을 차리는 것이야말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남성 배우들의 거친 액션 연기와 함께 솔직담백한 인물들의 대사와 해학적인 요소가 곁들여진 점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공감대를 형성, 추노가 수목극의 강자로 부상하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정적 장면·노출신 "이제 그만…" =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 아무리 서민들의 삶을 진솔하는 그리는 것이 기획 의도라곤 하나, 시청률을 의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매회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제작진이 한번쯤 되돌아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김지석(왕손이 역)과 조미령(주모 역) 등이 나오는 신 대부분은 남녀간의 성적 유희나 농담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손도손 시청하기엔 다소 민망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이다해의 경우 '겁탈신'이 등장한 지난 13일 방송에 이어 이번 모자이크 방송까지 연속으로 노출 논란에 휘말리고 있어 배우로서 적지않은 부담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출연 배우가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앞으로 예상되는 논란 거리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제작진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