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관들의 연구단체 중의 하나인 우리법연구회의 해체여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으려면 ‘법관의 결사 자유를 어느 정도로 보장해야 하느냐’라는 문제에 대한 원론적 해답부터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과 공무원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으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그들의 국민에 대한 봉사를 보다 원활하게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일반 국민보다 더 많은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인 법관의 결사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만큼 제한(혹은 보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 데, 그것은 법관의 존재이유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법관은 국법위반자를 공정하게 처벌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말은 범죄혐의자가 공정하지 않게 처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법관의 존재이유에 비추어볼 때, ‘법관의 결사 자유는 보장하되 법관이 국법위반자를 공정하게 처벌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제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한 처벌이란 공정한 판결을 말한다. 판결을 중심으로 해서 다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법관의 결사 자유는 법관이 국법위반 혐의자에 대한 공정한 판결을 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까지만 보장해야 하며, 법관의 공정한 판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단체의 결성 혹은 참여는 금지해야 한다’가 된다.
     
     법관의 공정한 판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단체란 법관의 판결에 공적 및 사적인 편파성을 개입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는 단체이다. 이익단체, 사상단체, 정치단체, 종교단체, 시민운동단체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법관들끼리 결성한 학술연구단체도 소속 법관의 판결에 편파성을 개입시킬 소지가 있다. 학술연구단체를 통해 법관들 사이에 인맥이 형성되고 그 인맥이 그에 소속된 법관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인맥형성이 없다 하드라도 학술연구단체 구성원들 간에 형성된 집단적 정서가 단체에 소속된 법관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관끼리 결성한 학술연구단체가 단체에 소속된 법관의 판결에 편파성을 개입시킬 가능성은 그 단체의 회원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그 단체의 연구범위가 광범(막연)할수록 확대된다. 단체의 회원수가 많을수록 인맥형성의 가능성이 커지고 집단정서의 구속력이 강해지며, 연구범위가 광범할수록 모임은 회원들 간의 인간적인 측면에 비중을 많이 두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 단체의 집단적 정서가 사상적 편향성까지 가지게 되면 회원들의 판결에 대한 그 단체의 편파적 영향은 더욱 강화된다.
     
     법관으로 하여금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판결하도록 하려면, 법관이 이익단체, 사상단체, 정치단체, 종교단체, 시민운동단체 등에 가담하는 것을 금지해야 함은 물론이고, 법관들끼리의 법률연구단체를 결성하거나 그런 단체에 가담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법관들끼리 만든 법률연구단체의 경우에는 특화된 연구영역의 소규모 단체는 사법행정기관에 신고하여 공개적으로 활동할 것을 전제로 허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한 연구단체는 소속 법관의 공정한 판결에 부정적인 작용은 크지 않은 데 반해 소속 법관의 공정한 판결을 도와주는 법률적 소양을 강화해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해체 여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립법연구회는 회원수가 전국 법관의 10%에 근접하는 130명에 달하고, 연구영역이 광범하고 사상관련성이 높으며, 회원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법관의 공정한 판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큰 단체이다. 게다가 우리법연구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라는 변호사단체와 사상적으로 편향된 공명관계(共鳴關係)까지 나타내고 있어서 소속 법관들의 공정한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더하여 이 나라 법조계 전체의 공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우리법연구회에 소속된 법관이라고 해서 모두가 자기의 판결에 있어서 그 단체의 부정적 영향을 받아왔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럴 개연성은 크며, 이제까지 부분적으로 그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드러난 법관들의 판결이나 활동은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법연구회는, 형식적으로 법관들의 학술적 법률연구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할지라도, 이 나라 법관들이 ‘국법위반자를 공정하게 처벌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여러모로 지장을 주는 단체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단체를 결성하거나 그러한 단체에 가담하는 것은 법관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결사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다. 따라서 이 나라 사법부의 올바른 역할수행을 위해서는 그 단체는 반드시 해산시켜야 할 것이며, 단지 형식적으로만 해산할 것이 아니라, 그 단체의 회원들 가운데 주동적으로 활동했던 회원들을 법원으로부터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