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간의 상설연락기구 설치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대북 대화의지를 천명했다. 김대중-노무현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정당한 방식’의 대화까지 나쁘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접근방식’에 반대한 것이다. 이 점은 남북 대화가 박정희 대통령의 ‘남북 이산가족 찾기’ 제의로부터 시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남북 대화는 김대중-노무현 아닌, 그들의 가장 정면의 대척점에 있던 정권에 의해 처음 착수된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당한 방식’의 대화를 할 경우라면 그것을 미리부터 시비할 이유는 없다. ‘정당한 방식’의 남북 대화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해선 안 될 것’들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 쇼로서의 남북대화, ‘김정일 배우’의 데뷔를 위한 연출로서의 남북대화는 두 번 다시 해선 안 된다. 남쪽 대통령의 정권강화를 위한 쇼여서도 안 된다. TV 방송을 위한 남북대화, 북한 주민과 남한 국민을 헛배 부르게 만드는 외화내빈의 실속 없는 한 판 굿거리가 되어서도 안 된다.
     평양 주석궁에 조공 바치러 가는 셈이 되는 남북대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양보 받지 못하고 오로지 일방적으로 양보만 하는 남북대화, 북의 통일전선의 각본에 끌려가는 남북대화, 북의 ‘남조선 혁명론’은 하나도 변하지 않는 채 우리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하는 납북대화, 북의 핵개발을 위한 자금을 갖다 바치는 남북대화, 만경대를 견학하고 혁명열사능에 참배하는 등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남북대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을 찬양하는 매스게임과 혁명가극을 관람하는 따위의 남북대화는 집어치워야 한다.

     그렇다면, ‘반드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선 철저하게 실무적이어야 한다. 한통속이 되는 방식 아닌, 이쪽 저쪽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둔 채 떨어져 앉는 1대 1의 대칭적 ‘주고 받기’라야만 한다. ‘같은 민족’이니, ‘동포’니 “한 잔 하자”느니 어쩌고 하는 얼렁뚱땅 식(式) 장난으로 뒤범벅되거나 취(醉)하지 않는, 엄연한 ‘다름’과 ‘다름’ 사이의 차가운 비즈니스로 일관해야 한다. 
     연회 따위도 실은 무의미하다. 웅변대회도 아닌데 그까짓 번지레 하고 대내외 선전용(宣傳用) 연설은 또 왜 꼭 필요한가? 심지어는 미디어들의 선정적인 장사판에 휘말리는 방식도 이제는 재고해야 한다. 회담의 아젠다, 형식, 의전 절차, 일정을 반드시 이런 원칙에 따라 사전에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북의 상투적인 장난이 끼어들지 못하게끔. 
     아젠다와 관련해, 무한정의 공짜 퍼주기, 핵(核)과 납북자, 국군포로, NLL 등 우리 측의 필수사항을 덮어버린 채 넘어가는 ‘바보 남북 회담’,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비(非)합목적적 남북회담, 구걸하고 애걸하는 남북회담일랑 아예 재연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