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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컨소시엄이 27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수주, '한국형 원전시대'를 개척한 가운데 물밑에서 진행돼온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원전 수주 지원외교는 지난달 초 UAE 원전 수주가 사실상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본격 가동됐다. 당시 이 대통령이 공을 들인 곳은 이번 입찰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 이 대통령은 한달 사이 6차례나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UAE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大) 산유국이지만 원유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수십 년 뒤 포스트 오일(post oil)시대를 지금 준비해야 하며 그 인프라, 즉 원자력과 첨단 정보통신, 인력양성의 상생협력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양국 정부가 이번 원전 프로젝트 협상을 계기로 그간의 자원 중심 협력관계에서 벗어나 향후 50년, 100년을 바라보는 형제국과 같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갈 뜻을 강력히 피력한 것. -
- ▲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환담하고 있다.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의 전화를 통한 외교전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한국이 열세였던 수주전의 양상은 중립, 그리고 우세 쪽으로 점점 바뀌어갔다. 이 대통령은 또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과 UAE간 정부 차원의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냈다. 지난 6월 UAE를 방문, UAE 정부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지난달 중순 다시 UAE로 서둘러 파견하기도 했다.
UAE에 방문 계획을 타진해온 이 대통령은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돌아온 직후 UAE로부터 '방문해도 좋다'는 답변을 듣고 26일 전격 출국길에 올랐다.
마호메드 왕세자는 아부다비 공항에 나와 이 대통령을 맞이하는 파격 영접을 보이며 신뢰를 나타냈고, 이 대통령은 마호메드 왕세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녹색도시 '마스다르 시티'를 방문하며 화답했다.지난 5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선두로 나섰던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은 이 대통령의 이같은 숨은 노력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초 프랑스 아레바가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시장 점유율 24%를 자랑하며 원전 건설 분야의 선두권에 있었고, 아부다비가 독립 직후부터 프랑스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이 배경이 됐다. 또 UAE는 군사무기를 프랑스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고 아부다비에 루브르 분관을 건설하는 13억달러 프로젝트도 실행중이다.이날 한전컨소시엄이 UAE 원전을 수주한 것은 이 대통령에게 남다른 감회를 갖게 한다. 30년전 이 대통령이 대표로 재직하던 현대건설은 고리 1,2호기 건설 당시 하청업체로 참여했다. 건설기술을 전적으로 세계 최대 발전설비 건설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웨스팅하우스가 한전컨소시엄의 하청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30년이 지나며 "우리가 하청업체에서 원청업체로 역전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회의에서 "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 받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당당하게 선진기술로 세계에 진출하는 원전 수출국의 첫발을 내딛자"고 말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