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핵 폐기 프로세스에 들어간다면 외교관계 수립문제 등을 협의할 연락사무소를 평양에 개설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의 대북 소식통들은 18일 이같이 밝히고 "최근 북한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런 내용을 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락사무소는 북미 공식 수교 이전에 설립하는 것으로 대표부보다 급이 낮다"면서 "평양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국교수립이나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평양사무소 개설 시기와 관련, "북한은 현재 6자회담에 복귀할 명분을 찾고 있다"면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6자회담이 재개되고 연락사무소도 개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 16일 미국 국무부에서 가진 평양 북미대화 결과 브리핑에서 "북한 지도부에 현재,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미.북 양자관계의 미래 비전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면, 우리는 미.북 양자관계와 동북아에서 북한과 전반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그 방법에 대해서도 북측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미국 국무부는 재미교포 출신인 민간 인사를 북한에 파견하는 등 이미 평양사무소 설립 준비에 착수했다"면서 "최근 설립 협의가 급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 양측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대표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보안문제나 대표부 운영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가능성을 일제히 부인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브리핑받았다"면서 "그러나 친서 내용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내가 얘기해줄 수 없지만 95%는 보즈워스 대표가 브리핑한 내용에 다 들어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지금 북한은 자꾸 포커스를 흐리려고 평화체제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평화체제는 비핵화가 어느 정도 된 다음에 논의하는 것이지 갑자기 평화체제 얘기한다고 평화가 오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미국이 평양 사무소 개설을 약속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면서 "친서라는 것은 대원칙을 천명하는 것이지 협상에 관한 것을 넣지는 않는다"고 말했다.(북경·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