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 직전까지 매진했던 진보주의에 대한 연구가 ‘진보의 미래’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민주당의 상징인 ‘노란색’ 바탕 표지 제목은 노 전 대통령의 자필로 인쇄됐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공동으로 편찬한 이 책의 발간위원회 위원장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책의 구상과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책에는 진보주의 연구와 관련된 노 전 대통령의 미공개 육필원고와 방대한 육성기록이 담겼다. 1, 2부로 나누어 구성된 책의 1부는 진보주의 연구카페에 직접 올린 육필원고를 그대로 실었고, 2부는 가까운 참모와 학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구술한 육성기록을 가급적 손대지 않고 생생히 실었다고 한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2008년10월 가까운 참모진과 학자에게 ‘진보주의 연구모임’을 제안하고 비공개 연구카페를 개설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책에서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 자리를 차지해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보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럼 이제 진보의 가치는 뭐냐? 연대, 함께 살자. 이거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느님의 교리하고도 맞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라며 “그러니까 자유, 평등, 평화, 박해, 행복 이런 게 고스란히 진보의 가치 속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진보의 가치에 비추어 본 참여정부, 나아가 정부 10주년에 대한 고백과 성찰도 강조했다. 그는 “따로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 이것을 얘기 하지도 말아라. 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이라며 “분배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정부라고 몰매만 맞았던 불행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떻든 진보주의도 ‘그거 우리도 할 수 있어’하면서 규제 혁파 많이 했다. 그런데 ‘노동의 유연화, 그것도 우린 할 수 있어’하고 놔버린 게 진보주의의 제일 아픈 데다. 가장 아팠던 게 이 대목”이라고 회고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얘기도 풀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우리 쪽의 동질감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착한 사람이고 뭔가 미래를 위해서 기여할 것처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지금도 여전한 것이 현실”이러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도 대중적 분위기에서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이 대통령이 역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 과거 반독재 구호처럼 한 개인을 타도하는 것, 한 세력을 타도하는 것, 그것이 아니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고 다음 세기를 지배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의 가치 체계가 중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관련해선 “내가 보아도 부럽다”면서도 “그러나 생각해보자. 한국이라면 오바마가 당선될 수 있었을까”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출간위원회 측은 조만간 2권인 ‘노무현이 꿈꾼 나라’(가제)도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2권은 학자들의 연구글로, 학자 40여명으로 구성된 ‘진보의미래 연구위원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진보에의 화두를 기초로 연구를 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인터넷 협업방식으로 연구 참여를 희망한 각계 전문가와 일반시민들의 토론을 종합해 3권 ‘노무현과 진보, 그리고 우리’(가제)를 출간할 계획이다. 연구참여 희망자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책자는 노 전 대통령의 중요 과제였던 ‘Web2.0’ 방식을 적용한다. 이를 위해 ‘진보의 미래 20.’ 사이트(www.progress20.net)가 운영돼 토론이 진행 중이다.